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외교고문인 조순승(趙淳昇) 전 의원은 24일 “핵 위기는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 당선자도 이런 상황인식 아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노 당선자측의 핵 위기 진단〓우선 북한의 핵 위협 의도에 대해 ‘대미 협상용’이라고 분석하는 정책 참모들이 많다.
노 당선자도 1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은 가장 값싼 안보의 수단이고, 그럴 듯한 협상 카드라는 두 가지 이유를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고문은 “북한이 강경책을 계속 구사하는 것은 미국에 ‘대화 상대로 나와달라’는 신호로 보인다. 어떤 협상도 대화 없이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그 (북-미) 대화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고 말했다.
▽‘노무현식 해법’은?〓노 당선자는 북핵 해결의 해법으로 “집권하면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 각기 전제조건을 한발씩 양보할 것을 설득하겠다”고 말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핵심 참모는 “노 당선자의 대미외교를 대표할 핵심 인사를 하루빨리 선정해 미측과 북핵 문제 해법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북한에 당선자의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측은 미측에 “대북 대화 자체를 일종의 보상으로 여기는 미국 내 강경파의 접근 방식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는 뜻도 간접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재건(柳在乾) 외교특보는 “북측을 향해서도 ‘제네바 합의를 깨지 말라’고 경고해, 핵 문제를 놓고 북-미가 대결할 때 남한이 북한을 도울 것이란 오해를 북측이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DJ와의 역할 분담〓97년 IMF 위기 때 당시 김대중(金大中) 당선자가 전면에 나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노 당선자가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는 적극론과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정책자문역인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97년과 달리 현 정부가 정상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노 당선자가 충분한 준비 없이 전면에 나서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 간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당선자 북핵 관련 최근 발언 | |
발언 날짜 | 발언 내용 |
12월4일 | 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 핵무기가 북한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하고, 핵무기 포기를 강력히 권고하겠다.(외신 기자회견) |
12월12일 | 북한은 핵가동 재개 방침을 철회하고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청주 기자간담회) |
12월13일 | 북한이 핵시설 동결을 해제한 것은 위험하고 모험적인 것이며 여러 파장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현금지원을 중단하면 대화 창구가 막히고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경기 용인 지역정책발표회) |
12월15일 | 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당사 기자회견) |
12월16일 | 지금 상황은 94년과 비슷하게 가고 있지만 남북한 교류가 끊기면 남북 대화가 끝나고, 남북 대화가 막히면 94년과 같은 핵위기를 어떻게 중재할 수 있겠는가.(서울 여의도 거리유세) |
12월20일 | 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핵 문제를 논의하는 시점과 방법은 그동안 외교를 해왔던 사람들과 논의해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내외신 기자회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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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 핵시설 봉인제거 완료 |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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