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당선자 北核인식-해법]"IMF 위기보다 더 심각할수도…"

  • 입력 2002년 12월 24일 18시 3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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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핵 위기는 노무현(盧武鉉) 정부 5년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는 중대한 문제다.”

노무현 대통령당선자의 외교고문인 조순승(趙淳昇) 전 의원은 24일 “핵 위기는 97년 ‘국제통화기금(IMF) 위기’보다 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될 수도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노 당선자도 이런 상황인식 아래 ‘대화를 통한 평화적 해결’을 위한 해법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노 당선자측의 핵 위기 진단〓우선 북한의 핵 위협 의도에 대해 ‘대미 협상용’이라고 분석하는 정책 참모들이 많다.

노 당선자도 15일 기자회견에서 “북한 핵은 가장 값싼 안보의 수단이고, 그럴 듯한 협상 카드라는 두 가지 이유를 다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 고문은 “북한이 강경책을 계속 구사하는 것은 미국에 ‘대화 상대로 나와달라’는 신호로 보인다. 어떤 협상도 대화 없이는 안 되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그 (북-미) 대화 시기를 최대한 앞당기는 것이 핵심 과제이다”고 말했다.

▽‘노무현식 해법’은?〓노 당선자는 북핵 해결의 해법으로 “집권하면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과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을 만나 각기 전제조건을 한발씩 양보할 것을 설득하겠다”고 말해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핵심 참모는 “노 당선자의 대미외교를 대표할 핵심 인사를 하루빨리 선정해 미측과 북핵 문제 해법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며 “그 결과를 토대로 북한에 당선자의 특사를 파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당선자측은 미측에 “대북 대화 자체를 일종의 보상으로 여기는 미국 내 강경파의 접근 방식이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다”는 뜻도 간접적으로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유재건(柳在乾) 외교특보는 “북측을 향해서도 ‘제네바 합의를 깨지 말라’고 경고해, 핵 문제를 놓고 북-미가 대결할 때 남한이 북한을 도울 것이란 오해를 북측이 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DJ와의 역할 분담〓97년 IMF 위기 때 당시 김대중(金大中) 당선자가 전면에 나섰던 것처럼, 이번에도 노 당선자가 북핵 문제 해결을 주도해야 한다는 적극론과 “그때와 상황이 다르다”는 신중론이 맞서고 있다.

정책자문역인 이종석(李鍾奭)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97년과 달리 현 정부가 정상적인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노 당선자가 충분한 준비 없이 전면에 나서면 오히려 더 혼란스러울 수 있다”며 “김 대통령과 노 당선자 간 적절한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무현 당선자 북핵 관련 최근 발언
발언 날짜발언 내용
12월4일북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을 만나 핵무기가 북한의 안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하고, 핵무기 포기를 강력히 권고하겠다.(외신 기자회견)
12월12일북한은 핵가동 재개 방침을 철회하고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청주 기자간담회)
12월13일북한이 핵시설 동결을 해제한 것은 위험하고 모험적인 것이며 여러 파장을 낳을 수 있다. 하지만 현금지원을 중단하면 대화 창구가 막히고 위험한 상황에 빠진다.(경기 용인 지역정책발표회)
12월15일북핵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의 주도적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당사 기자회견)
12월16일지금 상황은 94년과 비슷하게 가고 있지만 남북한 교류가 끊기면 남북 대화가 끝나고, 남북 대화가 막히면 94년과 같은 핵위기를 어떻게 중재할 수 있겠는가.(서울 여의도 거리유세)
12월20일북한 김정일 위원장과 만나 핵 문제를 논의하는 시점과 방법은 그동안 외교를 해왔던 사람들과 논의해 결정되는 대로 알리겠다.(내외신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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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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