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기자회견 "영남표심을 잡아라" 脫DJ-脫민주 선언

  • 입력 2002년 12월 17일 18시 37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17일 기자회견에서 DJ정부 실정이나 부정부패와 관련된 사람들은 새 정부에 기용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안철민기자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는 17일 기자회견에서 DJ정부 실정이나 부정부패와 관련된 사람들은 새 정부에 기용하지 않겠다고 공약했다. -안철민기자
대선 투표일을 이틀 남겨 놓고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17일 기자회견을 통해 집권 후 민주당의 환골탈태와 ‘DJ유산의 청산’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영남표를 의식한 마지막 승부수로 보인다.

노 후보의 이날 기자회견 내용은 지금까지 나온 ‘탈(脫)DJ’ ‘탈민주당’ 발언 중 가장 강도가 센 것이었다. DJ정권의 부패와 실정에 책임있는 세력과 인사들에 대해 정치적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이고 새 정부에 참여시키지 않겠다고 밝힌 것은 DJ 추종세력과 분명하게 선을 긋겠다는 선언이다. 그동안 부산 경남(PK)지역에서 외쳐온 ‘노무현 정권론’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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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후보는 4월 후보로 선출된 이후 줄곧 ‘개혁신당 창당’을 염두에 둔 발언을 해왔다. 그러나 당내 보수파들의 반발과 친노(親盧) 인사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개혁신당 창당을 ‘고립 자초 전략’이라고 비판해 과감한 후속 조치를 취할 수 없었고, 탈DJ 전략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점에서 노 후보의 이날 선언은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분명히 드러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는 한나라당이 영남지역에서 막판에 구사할 가능성이 큰 ‘DJ 양자론’ 공세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짙게 깔려 있다.

노 후보의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되는 데는 상당한 마찰이 뒤따를 전망이다. 우선 친DJ 세력이 당내에서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당내 분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또 당헌상 대권, 당권이 분리돼 있는 만큼 대통령에 당선된다 해도 노 후보가 당에 대한 장악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실제 노 후보의 이날 회견은 내부적으로도 상당한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견은 영남권 공략의 선봉대 역할을 자임해 온 정치개혁추진위원회(정개추)가 노 후보에게 강력히 건의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개추에는 조순형(趙舜衡) 위원장과 신기남(辛基南) 천정배(千正培) 의원 등 개혁성향 인사들이 몰려 있다.

반면 이해찬(李海瓚) 기획본부장 등 선대위내의 보수적인 인사들은 반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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