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SOFA 대책회의]"反美감정 확산 막아라" 긴급처방

  • 입력 2002년 12월 4일 19시 03분


정부가 4일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 사건과 관련해 김석수(金碩洙)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회의를 개최하고 ‘긴급대책’을 발표한 것은 최근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는 반미(反美) 감정을 진화하기 위해서다. 회의 이름을 ‘최근 대미(對美) 정서 관련 관계장관 회의’로 정하고, 교육인적자원부 외교통상부 법무부 등 8개 부처 장관과 국무조정실장 국정홍보처장 경찰청장까지 참석시킨 데서도 정부의 곤혹스러움을 읽을 수 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반미 정서가 일부 강경 세력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과 어린 학생층에까지 퍼지고 있는 상황에 깊은 우려를 나타냈고 경찰은 현 추세대로라면 이번 주말 촛불집회에 6만∼10만명에 이르는 시민들이 대거 참가할 것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부는 현시점에서 한미주둔군지위협정(SOFA)의 개정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 관계자도 3일(현지시간) “해외 주둔 미군지위협정은 지역마다 다소 차이가 있으며 운용상 개선은 할 수 있지만 현 상황에서 개정은 어렵다”고 밝혔다. 정부가 이날 회의에서 개정을 하는 대신 유사한 사건의 재발 방지와 현 SOFA 규정상 한국측 권리를 적극적으로 해석하겠다는 방향으로 목표를 정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핵심적인 운영개선 방안은 초동수사 강화. 특히 SOFA규정에 따라 미군 피의자 신문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미국 정부대표가 제때 출석하지 않아 수사가 지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 한국 수사기관이 요청할 경우 1시간 이내에 출석토록 명문화한다는 대목은 실질적인 개선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는 구체적인 시한이 없어 밤 시간대 수사에 적지 않은 애로점이 있었다”고 말했다.

공무상 범죄일 경우 미군이 수사권과 재판권을 모두 행사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미군 피의자의 공무 여부 판단에서도 한국측 목소리를 높이기로 했다. 미군측이 공무증명서를 발행하더라도 납득이 안될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것이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 사건 재발 방지 대책은 이 사건 발생 이후 주한미군측이 자체적으로 마련해 한국측에 통보한 내용에 몇 가지를 추가한 것이다. 모든 미군 훈련계획을 해당지역 시군 읍면동에 직접 통보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신중식(申仲植) 국정홍보처장은 회의 직후 “우리도 국군의 해외 파병시 해당국 정부와 협정을 맺고 있는 데다 국제관례를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부의 개선 방안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음을 시인했다.

미군 장갑차 여중생 치사 사건 관련 정부 대책
SOFA개선 방안-범행 현장에 대한 한국 수사기관의 접근 및 용의자 목격자 등 공동조사-한국 수사기관에 미국 정부대표 상시 출석 요구-신병인도 뒤에라도 미군 피의자가 한국 수사기관의 출석 요구에 적극 응하도록 촉구-범죄 미군의 공무 여부 판단에 한국측 입장 반영-미군 훈련으로 인한 환경오염 피해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 개선책 마련-SOFA 민원처리 시스템 구축-정부 13개 부처가 참여하는 ‘SOFA 개선 대책반’ 구성
유사 사고재발 방지-미군 훈련계획 사전 직접 통보 및 마을게시판 게시-경기 북부 미군 훈련도로의 병목 및 굴곡 개선, 조기 4차로화-미군 탱크 통과 교량 73개에 대한 우회로 지정 및 개축-트레일러를 이용한 미군 장갑차 수송-관제병과 운전병간 내부통신체계 개선-2차로 도로에서의 대형 차량 교행 금지-미군 훈련시 해당 도로관리청에서 통행로 제시 및 한국 군·경의 호위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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