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국정원서 'DJ'라는 표현 쓰겠나"

  • 입력 2002년 12월 2일 19시 16분


코멘트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도청의혹 폭로를 ‘거짓 공작에 따른 낡은 정치’로 규정하고 연일 “도청 문건의 정확한 출처와 제보자의 신분을 밝히라”고 한나라당을 압박하고 있다.

이해찬(李海瓚) 선대위 기획본부장은 2일 “문제의 문건이 국가정보원에서 작성됐다고 보기에 의문점이 적지 않다. 유사한 편집틀을 쓰는 작성팀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대응 전략〓도청 문제에 대해 민주당은 철저하게 ‘새 정치 대 낡은 정치의 대결’이라는 노무현(盧武鉉) 후보의 대선 전략에 근거해 대응하고 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이날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도청 관련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이 후보가 도청의혹이란 거짓 공작에 가담하면서 낡은 정치 체질을 다시 한번 드러냈다”며 “우리는 밝고 투명한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고 반박했다.

민주당은 자체 조사 결과 도청 문제가 일단 두 후보의 지지율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노 후보의 연결고리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민주당, “문건 이상하다”〓이해찬 본부장은 이날 선대위 전체회의에서 “한나라당의 폭로 문건을 국정원에서 작성했다면 김 대통령을 ‘DJ’라고 표현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또 △문건에 따르면 박지원(朴智元) 비서실장이 2월에 군 장성 진급을 위해 전화했다고 돼 있으나 금년 봄에는 장성 진급 심사 자체가 없었고 △박 실장이 정책특보 시절 사무실이 이재신(李載侁) 민정수석실과 바로 붙어 있어 특별검사 수사 문제와 관련해 전화로 얘기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도청 당한) 한나라당 주요인사는 당내에서 반 이회창 활동을 하던 사람들”이라며 “문건이 대단히 정교하고, 철자법도 정확하고, 제목도 정확히 뽑혀 있는 것을 보면 작성팀이 대략 어디쯤인지 압축된다”고 한나라당측을 겨냥했다.

▽한나라당, “본질 흐리지 말라”〓이종구(李鍾九) 후보특보는 “국정원 내부 정보보고인데 굳이 ‘대통령님’이라고 쓸 필요가 있느냐. 박 실장의 인사 청탁 문제와 관련해서도 청탁은 적어도 몇 개월 전에 하는 것이 관례이다”고 반박했다.

한나라당은 또 “당시 박 실장과 이 민정수석 방이 붙어 있다고 해서 항상 찾아가서 얘기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한편 국방부 관계자는 “4월 단행된 장성급 인사에서 문건에 등장한 ‘참모장’으로 추측되는 인사 중 누구도 승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