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후보부인 만나봅시다]②노무현후보 부인 권양숙씨

  • 입력 2002년 11월 29일 18시 29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부인 권양숙씨는 '대통령 부인이 되면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되 사조직을 따로 만들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 안철민기자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의 부인 권양숙씨는 '대통령 부인이 되면 여성문제에 관심을 갖되 사조직을 따로 만들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 안철민기자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 부인 권양숙(權良淑)씨는 정치인의 아내가 된 뒤 처음으로 펑펑 울었다. 4월 5일 민주당 대구 국민경선 때였다.

“얼굴도 모르는 장인 문제 때문에 사랑하는 아내를 버려야 하겠습니까.”

노 후보의 이 한마디는 권씨를 가장 감동시켰던 남편의 ‘정치적 결단’이었다. 노 후보와 정치 역정을 함께하면서 겪어온 갖가지 신산(辛酸)에 대한 보상을 한꺼번에 받는 것 같았다.

권씨는 “당시 행사장에 앉아 있었는데 뭐라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러웠고, 남편이 고마웠다”고 밝혔다.

권씨와의 인터뷰는 28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진행됐다. 당초 1시간 예정이었지만 권씨의 빡빡한 일정 탓에 20분 안에 마쳐야 했다.》

-왜 남편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시간이 없는 탓에 핵심부터 물어야 했다. 권씨는 “허허허허” 낮은 소리로 웃더니 입을 열었다.

“남편이 대통령이 되면 지역 갈등, 계층간의 갈등과 같은 갈등 구조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 같고요….”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하셨나요.

“우리 사는 모습이 그렇습니다. 우리는 지역 갈등을 완화시켜 보자고 민주당 간판 달고 부산 가서 여러 번 낙선했습니다. 몸소 실천을 했어요. 자기 정치 행위를 그렇게 했어요. 계층 갈등은… 우리들의 생활이, (부산)상고 나왔지 않습니까. 상고 나와서 독학으로 오늘날까지 오지 않았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잘난 사람 왕후장상(王侯將相)이 따로 없듯이 누구나 열심히 노력하면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지요.”

‘우리들의 생활’ ‘상고’라는 말에 번쩍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노 후보의 대표적 이미지 가 단연 ‘서민 후보’ 아니던가.

-권 여사는 골프를 언제부터 치셨지요?

“지방선거 낙선한 뒤니까 95년이죠. 남편하고 같이요.”

-솔직히 말해서 골프가 서민적 스포츠는 아니지 않습니까.

“아니죠.”

이번엔 권씨가 기자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변호사를 서민으로 보시나요.”

-아닙니다. 지금 권 여사가 ‘남편이 서민들의 갈등을 치유할 수 있다’는 말을 했기에 묻는 말입니다.

권씨는 천천히 힘주어 말했다.

“변호사는 서민이 아니고, 우리는 서민을 대변할 뿐입니다. 우리가 서민이라는 건 아닙니다. 우리 집 빌라가 65평입니다.”

기자는 45평이 아니냐고 물었다. 신문기사마다 그렇게 나왔기 때문이다.

“실평수가 45평입니다. 분양 평수는 65평이고요. 65평 사는 서민도 있나요?”

권씨가 서민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바람에 기자는 다시 확인할 수밖에 없었다.

-서민이 아닌데 서민을 대변할 수 있을까요?

권씨가 기자에게 되물었다.

“글쎄, 꼭 서민이라야 서민을 대변할 수 있나요?”

벌써 인터뷰시간이 10분 지났다. 이제 10분밖에 남지 않았다.

-정치가의 아내로 결혼생활을 시작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압니다. 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권씨는 잠깐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항상 남편이 이렇게 얘기하세요. 정치는 봉사다. 국민에 대한 봉사고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부인 로라 여사는 남편에게 부족한 자신감이나 안정감 등을 채워 주는 역할을 한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권 여사는 노 후보의 어떤 점을 채워준다고 생각하십니까.

“글쎄요. 정치 행위에서 어떤 점을 채워 준다는 것은 제가 얘기하기가 그렇고요. 남편이 마음놓고 정치하도록 내조는 합니다. 일단 집안이 안정되고 반듯해야만 남자가 나가서 바른 얘기도 할 수 있고 자기 소신을 피력할 수 있지 않습니까.”

-언젠가 ‘공적인 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얘기하면 노 후보가 잘 듣는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어떤 공적인 일에 대해 조언하신 게 있습니까.

권씨는 갑자기 생각이 안 나는 듯했다. 사전에 전달한 질문서에 있는 내용이었다. 비서진이 옆에서 “지난번 종로 국회의원 그만두고 부산 가실 때 아니냐”고 거들었다.

“아니에요. 그럴 때는 둘이 생각이 잘 맞아요. 남자는 설 자리에 서서 얘기해야 한다는 점에서 잘 맞는데… 노 후보는 이야기가 명분 있고 논리가 정확하면 저뿐 아니라 누구의 얘기도 잘 들어요. 본인이 고집을 부리는 사람이 아닙니다.”

그 말끝에 물었다.

-대통령 부인이 된 뒤에도 그런 충고를 할 계획입니까.

“상황에 따라 다르겠죠.”

다시 캐물었다.

-권 여사가 밖에서 들은 말들, 권 여사는 옳다고 생각하는데 노 후보가 아직 판단을 안하고 있는 일이라면 얘기를 하겠습니까.

권씨는 명확하게 대답했다.

“예. 하고 싶어요.”

-호감 가는 대통령 부인상에 대한 조사를 보면 지금은 전 후보가 된 정몽준씨 부인 김영명(金寧明)씨가 제일 높았습니다. 권 여사는 상대적으로 처져 있는데,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권씨가 제동을 걸었다. “지난 얘기 아닌가요? 지금은 제가 1등이에요. 여론조사라는 게 변합니다. 네. 한번 1등인 게 영원히 1등인 것도 아니고.”

여론조사를 못 믿는다는 말인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노 후보는 여론조사로 단일화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요. 우리도 여론조사 많이 했는데, 국민경선 때도 처음에는 올라갔다 내려갔다 또 올라갔어요.”

지금 다시 여론조사하면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말인지 묻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었다. 의례적이지만 꼭 필요한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 부인이 되면 어떤 일을 할 계획입니까.

“친인척을 잘 단속하는 것에 대한 기대가 제일 크리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저는 그건 할 거고요. 또 어느 장관도, 비서도 못하는 일이 있습니다. 대통령을 정서적으로 안정시키고 건강을 챙겨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여성문제에도 관심이 있습니다.”

이튿날 민주당측은 기자의 서면질문에 대한 답변서를 충실히 작성해 왔다. 그러나 당초 부탁했던 마감 시간을 넘겨 보내온 까닭에 지면에 반영할 수 없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남편 이렇게 돕는다

“둘째아이가 올해면 입시 준비가 끝난다. 나는 그때를 기다린다. 이제는 어떤 수를 써서라도 아내를 (집) 울타리에서 밖으로 끌어내올 참이다.”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대통령후보는 94년 발간한 자전 에세이 ‘여보, 나 좀 도와줘’에서 부인 권양숙(權良淑)씨에 대해 이렇게 썼다. 노 후보는 선거 홍보자료에서도 “부인이 정치 입문에 반대했느냐”는 질문에 “내가 본격적으로 정치활동을 할 때에도 아내는 자신의 역할을 주부로 한정하려 애썼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권씨는 남편에게서 이런 불평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만큼 적극 활동하고 있다.

권씨가 가장 역점을 두는 선거운동은 노 후보를 대신해 ‘소외 계층의 대변자’라는 노 후보의 이미지를 행동으로 뒷받침하는 것. 후보 등록일인 27일에도 권씨의 첫 대외활동은 서울 성북구 정릉2동에서 혼자 사는 불우한 노인들을 방문해 위로한 것이었다. 권씨는 거리 유세 때 걸인(乞人)과 악수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권씨는 또 노 후보의 연설과 TV토론 및 관련 언론보도에 대한 1차 ‘모니터’ 역할도 한다. 권씨는 “노 후보가 대중연설할 때에는 가능한 한 청중석에 앉아 시민 반응을 살피고 그 결과를 남편에게 알린다”고 말했다. 권씨는 종합일간지와 TV 뉴스의 노 후보 관련 기사를 빠지지 않고 챙겨 집안에서 ‘뉴스 중독자’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노 후보와 불편한 관계에 있는 한 일간지도 꼼꼼히 읽어 노 후보가 공개적으로 “내 아내는 그 신문 보는 것만 빼고 다 마음에 든다”고 말했을 정도다.

권씨는 28일 본보 인터뷰에서 “남편이 자신의 소신껏,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고 살았으면 좋겠다”며 그 초심을 지키는 데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희선(金希宣) 선대위 여성본부장과 인천시의원 출신인 홍미영(洪美英) 정무2팀장, 한국기자협회장 출신인 남영진(南永振) 언론특보가 권씨의 대외 일정과 대언론 활동을 챙긴다.

▼관련기사▼

- 이회창후보 부인 한인옥씨

정무특보인 김화중(金花中) 의원과 박금자(朴錦子) 새정치여성연대 상임대표가 권씨를 그림자처럼 수행하고 있다.

권양숙씨 신상명세
출생연월일 1947년 12월 23일(음력)
출생지 경남 마산시 진전면
본관 안동
학력 대창초등학교-부산 혜화여중-부산 계성여상
신체 키 158㎝, 혈액형 A형
종교 불교(법명 대덕화·大德華)
취미 양재, 독서
운동 등산, 산책, 수영
존경하는 인물 박경리
저서 없음
감명 깊게 읽은 책 최명희의 ‘혼불’
좋아하는 연예인 한석규, 최민식, 이경실
즐겨 입는 옷 색깔 회색 감색 등 무채색 계열
가장 아끼는 물건 노무현 후보의 사법고시 합격증
최근 감명 깊게 본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
건강관리법 숙면, 밥이 보약
자신 있는 요리 미더덕찜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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