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궁지 몰리자 무책임한 흑색선전"

  • 입력 2002년 11월 29일 00시 05분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도청 의혹 폭로에 대해 “무책임하고 위험한 흑색선전”이라며 도청 자료의 분명한 근거를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은 “한나라당의 조작이다. 우리 당이 정기국회 국정감사 때 현장검증을 하자고 할 때에는 거부하더니, 선거가 급해지니까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폭로가 본격적인 대선 선거운동에 들어간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라는 점에서 철저한 ‘선거용’으로 보고 있다.

후보단일화 성사 이후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지지율이 노무현(盧武鉉) 후보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상황을 역전시키기 위해 꺼낸 국면전환용 충격요법이라는 것이다.

장전형(張全亨) 부대변인은 “97년에는 사정기관의 계좌추적 자료를 이용해 DJ비자금을 폭로하더니, 이번 대선에는 도청 자료를 들고 나왔다”며 “지지율 하락으로 궁지에 몰린 이 후보가 정형근(鄭亨根)식 공작정치를 자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 후보측은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으나, 한나라당의 폭로가 노 후보를 흠집내면서 ‘정권교체론’의 당위성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분석,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무엇보다 한나라당이 도청 자료라며 공개한 내용 중 민주당 인사가 관련된 5건이 모두 노 후보를 우회적으로 겨냥한 내용으로, 의도적으로 조작한 냄새가 짙다는 것이다. 이 5건 중 1건에는 김원기 고문이 박지원(朴智元) 대통령비서실장과 만나 노 후보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고, 3건은 경선 당시 경쟁자였던 이인제(李仁濟) 의원이 통화 당사자로 등장하고 있다는 데에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경선 당시 국정원이 이 의원의 전화통화 내용을 도청하는 등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는 점을 은근히 강조함으로써 이 의원이 제기했던 ‘청와대 음모론’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노 후보측은 국정원의 도청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현 정부 내의 도청 관련 책임자에 대한 엄중한 문책과 형사처벌을 요구하며 강도 높게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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