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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28일 18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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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부인 한인옥(韓仁玉)씨와의 인터뷰에 주어진 시간은 20분이었다. 바쁜 일정 때문이라며 한나라당측은 질문 요지를 미리 주면 성실히 답해 주겠다고 했다. 34개의 질문을 전달했다. 물론 답변은 성실했다. 지극히 ‘모범답안적’이라는 점만 빼고.
예컨대 이런 식이다.
“대통령 부인이 되면 어떤 일을 할 계획입니까.”
한씨의 ‘구술’을 받아 비서진이 작성했다는 응답은 다음과 같다.
“가족 문제 등 주변을 깨끗하게 정리하면서 조용히 내조를 하고, 사회의 그늘진 곳을 살피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작정입니다.”
잘 연출된 TV드라마 촬영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하지만 체취가 와 닿지 않는다. 질문이 현명치 못했던 탓일까.
13장이나 되는 답변서를 뒤집어놓은 채 28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택에서 만난 한씨에게 “정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첫 물음을 던졌다. 한씨는 기습을 당한 듯 “아이고, 첫 번부터 그런 어려운 말씀을…” 하며 웃기부터 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김 기자님이야 정치현장에서 많이 보셨겠지만, 저야 더 모르지요.”
“그럼 잘 모른다고 쓸까요. 남편이 어떤 일을 하는 것으로 알고 계시는지요” 하고 짐짓 엄포를 놓자 그는 황급히 말을 이었다.
“남편이 법관 생활을 통해 어려운 분들을 보면서 많이 느꼈겠지요. 자신이 정치를 통해 이 사회를 법과 원칙이 있는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확신을 갖지 않았나 싶습니다. 다만 사람들이 법을 비정하고 냉정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안타깝지요. 법이 있어서 개개인이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건데도요.”
-그런데도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란 말이 나오는 것은 그 법이 가진 사람들의 기득권 보호를 위해 자의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습니다. 꼭 전문직이 아니라도 누구든지 자신이 속한 위치와 일하는 데서 기득권을 갖고 있어요.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해 당당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법과 정치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판사 했다고 우리가 항상 기득권을 누린 것으로 알고들 계시니….”
-그 말씀을 하신 김에 묻겠습니다. 이 후보와 한 여사의 배경을 보아서도 이번 선거가 귀족층 대 서민층의 구도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어떤 느낌입니까.
한씨는 “거기 대해선 할 말이 있다”며 “TV를 보니 우리 지지층이 서민층 자영업자 중졸 이하의 학력인 것으로 나오더라”고 했다. 필자가 “그런 말을 들으면 대졸 이상 학력층이 기분 나쁘지 않겠느냐”고 어깃장을 놓았다. 한씨는 “그분들은 노무현 후보 지지자들”이라고 잘라 말했다.
“어제 인천 소래시장을 가 봤더니 저와 너무나 마음이 일치되는 거예요. 상인들이 우리에게 많은 것을 기대하고 계세요. 있는 사람들은 요리조리 법을 피하는데, 정말 기댈 데 없고 법이 필요한 서민들은 소외감을 느끼는 거지요. 그분들에게는 ‘법대로’되는 것이 희망인데 우리가 귀족이라고 하면 억울해요.”
5년 전에도 한씨는 유력 후보의 부인으로서 이 같은 인터뷰를 많이 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가 대통령이 돼야 하는 이유를 ‘한국사회가 절실히 요구하는 것이 지도자의 도덕성과 신의, 청렴함, 인재를 쓰는 능력인데 남편은 이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했었다.
-그런데 이 후보는 낙선했습니다. 지금은 왜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지금도 그때와 생각이 비슷합니다. 지난 5년 동안 국민은 정치권에 대해 많이 실망한 것 같아요. 제 남편은 그것을 바로잡겠다고 나선 거지요. 남편은 입법 행정 사법의 3부를 두루 거친 경험이 풍부한 분입니다. 게다가 소신과 원칙이 분명합니다. 지금처럼 부정부패가 난무하고 혼란스러울 때는 제 남편과 같은 분이 정치의 기본을 바로 세워서 한국 정치에 대한 자부심을 되돌려 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한 여사의 어떤 점이 이 후보에게 보탬이 되리라고 보십니까.
“전 모자라는 게 너무 많아요. 사회활동도 못했고…. 주부로서 엄마로서 애들 키운 것은 못했다고 생각지 않지만…”
그 말꼬리에 물었다.
-‘자식이 뭐길래’라는 수필집에선 엄마로서 신체 건강한 아이를 낳아 키우지 못한 것이 내 잘못 같다고 하지 않았나요? ‘병풍’ 의혹은 가셨다지만 자제분이 살을 빼려고 노력한다는 느낌은 못 받으셨습니까.
˝아뇨. 그럴 시간이 없었어요. 제가 밥은 또 얼마나 챙겨 먹였겠습니까. 아이고, 하늘이 알 텐데….”
-한 여사는 여성다운 이미지와는 달리 적극적이고 자기주장이 강하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심지어 ‘설친다’, 한나라당내에서는 ‘한인옥이 나서면 안 된다’는 말도 있다던데, 왜 그런 얘기가 나왔다고 보십니까.
“야당의 비애죠. 야당의 마누라니까요.”
잘 이해가 안 되는 대답이라고 했더니 “아마 제가 바른 말을 잘해서 그런 것 같다”고 덧붙였다.
“제가 법관 집안에서 자랐고 법관하고 살다 보니 옳다고 생각하는 얘기를 합니다. 자기 의견을 얘기할 수는 있어야죠.”
청와대에 들어가도 같은 역할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내가 갈지, 못 갈지 모르지만 누가 되더라도 대통령 부인은 눈과 귀를 열어놓고 진짜 여론을 들을 수 있는 통로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다가 안방정치라든가, 청와대 안방에 진짜 대통령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면요?
“우리 이 후보는 저뿐 아니라 누가 옆에서 얘기해도 당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가는 사람이에요. 그 대신 의견은 많이 듣습니다.”
비로소 한씨는 긴장을 풀고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제가 무슨 영향력을 행사한다든가 하는 것은 전혀 걱정 안 하셔도 돼요.”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남편 이렇게 돕는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의 부인 한인옥(韓仁玉)씨는 이 후보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틈새’를 메우는 내조(內助)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한씨는 2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되도록 현장에 계신 분들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선거가 본격화됐으니까 남편이나 당직자들이 미처 인사드리지 못하는 곳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유세일정도 가급적 이 후보의 일정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이 후보가 유세 첫날 부산을 첫 공략지로 급히 결정하자 당초 부산으로 가려 했던 한씨는 인천으로 일정을 바꾸기도 했다.
한씨는 틈틈이 이 후보에게 개인적인 조언을 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는 “법관 생활을 오래 해서 그런지, (이 후보에게) 제발 그 엄숙한 표정 좀 풀고 웃으라고 했다”며 “주변 분들이 많이 나아졌다고 해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지난주부터 한씨를 보좌하는 당내 진용도 강화됐다. 본격적인 대선을 앞두고 한씨의 일정과 홍보 등을 챙기기 위한 전열 정비 차원에서다.
대외 홍보는 여성신문사 대표를 지낸 이계경(李啓卿) 미디어대책위 부위원장이 새로 맡아 각종 인터뷰 및 공보 업무를 전담하고 있다. 후보실에 파견된 당 사무처 요원들이 세부 일정 작성을 돕고 있다.
한씨의 대외일정은 당 여성국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으며 권철현(權哲賢) 후보비서실장과 정병국(鄭柄國) 후보비서실 부실장도 일정 조율에 참여하고 있다.
한씨가 공식 비공식 행사에 참석할 땐 서청원(徐淸源) 대표의 부인 등이 함께 동행하고 있다. 당 공식행사일 경우 김정숙(金貞淑) 최고위원과 오양순(吳陽順) 여성위원장, 양경자(梁慶子) 전 의원 등이 함께 참여한다.
각종 인터뷰 자료 등은 미디어대책위 산하 메시지팀장인 유승민(劉承旼) 여의도연구소장 등이 준비하고 있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
출생연월일
1938년 1월 20일(양력)
출생지
경남 함안
본관
청주
학력
부산여중-경기여고-서울대 사범대 가정교육과
신체
키 162㎝, 혈액형 A형
종교
가톨릭(세례명 세실리아)
취미
바느질, 요리
운동
맨손체조, 산책
존경하는 인물
마더 테레사 수녀
저서
에세이집(공저) ‘내 어머니’ ‘자식이 뭐길래’
감명 깊게 읽은 책
‘세계가 만일 100명의 마을이라면’ ‘연탄길’
좋아하는 연예인
god, 김정은
즐겨 입는 옷 색깔
분홍색 카키색
가장 아끼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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