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鄭 국회서 40여분 회동 "축하합니다" "많이 도와주세요"

  • 입력 2002년 11월 25일 18시 30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표가 25일 오전 11시25분부터 40여분간 국회 귀빈식당에서 만났다. 여론조사를 통해 노 후보가 ‘단일후보’로 확정된 지 11시간 만에, 그리고 15일 둘 다 ‘후보’ 자격으로 만나 단일화에 전격 합의한 지 꼭 열흘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이날 정 대표는 노 후보를 마음껏 축하했다. 정 대표는 회동장 앞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노 후보를 발견하고는 20여m 떨어진 곳에서 “자, 축하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외치며 손을 흔들었다.

이에 노 후보가 “사실 본관 현관까지 마중 나가야 하는데, (참모들이) 그냥 여기서 맞으라고 하네요”라며 머쓱한 표정을 짓자, 정 대표는 “대통령 되실 분인데요…”라면서 웃으며 노 후보와 포옹했다.

노 후보는 현관에서 정 대표를 맞은 민주당 김상현(金相賢) 상임고문에게 “언제 당을 옮기셨습니까”라며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노 후보는 회동장에 들어선 뒤 정 대표에게 자리를 권하며 깍듯이 예우했다. 이 자리에는 민주당 이낙연(李洛淵) 대변인과 신계륜(申溪輪) 후보비서실장, 통합21의 김행(金杏) 대변인과 민창기(閔昌基) 홍보본부장이 배석했다. 다음은 대화 내용.

정 대표〓오늘 일정이 안 바쁘세요.

노 후보〓우리 정 후보님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한 일입니다.(김 대변인과 민 본부장을 향해) 정말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 우리 정 후보를 도와주시듯이, 저도 열심히 좀 도와주십시오.민 본부장〓신계륜 실장께 미리 얘기했습니다. 어느 분이 (단일후보가) 되시든 저희들도 똑같은 운동원이 돼서 작은 일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요. 정 후보님의 이번 결단은 역사적 결단입니다. 우리 국민이 정치 보면서 요 근래 이 일만큼 기쁜 일이 없을 것입니다.

정 대표〓한나라당이 주장하는 것은 정권교체이고, 국민이 바라는 것은 새로운 정치를 하라는 것입니다. 물론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국민도 있죠. 그런데 새로운 정치가 더 큰 패러다임이고, 그것은 정권교체를 포함하는 것으로 보면 될 것입니다.

노 후보〓국민이 원하는 것은 우리 두 사람이 함께 힘을 합해서 (새로운 정치를) 해달라는 것 아니겠습니까. 정 후보님이 도와주시면, 정치가 새로워질 겁니다.정 대표〓아직도 의구심을 갖고 있는 분이 있어서 저희가 잘해야 될 것 같습니다.노 후보는 40여분간의 회동이 끝난 뒤 “정 대표를 만난 소감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사람이 시원시원하다. 시원시원한 분이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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