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거주 100만명 “투표 왜 못하나요”

  • 입력 2002년 11월 12일 18시 38분


외국의 재외국민 투표권 실태
국명선거자격투표방법
미국일반국민, 영주권자우편
영국출국후 20년간대리
프랑스일반국민, 영주권자 우편, 재외공관, 대리
독일출국후 10년간우편, 귀국
캐나다출국후 5년간우편, 재외공관
오스트리아출국후 3년내 귀국의사 있는 자우편
일본일반국민, 영주권자우편, 재외공관, 귀국
대만일반국민, 영주권자귀국(과거 4개월 이상 본국거주자)
자료:재일 조국참정시민연대

최근 해외 근무를 시작한 남편을 따라 일본 도쿄(東京)로 이사한 주부 A씨는 다음달 19일 실시되는 대통령선거에 꼭 참여하고 싶어 부재자투표를 할 수 있는지 중앙선관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문의했다.

그러나 현행 선거법상 ‘국내 거주자’가 아니므로 부재자투표 자격이 없다는 답변을 듣고 다소 황당했다. 꼭 투표를 하려면 귀국해 투표 당일 투표소에 가는 방법밖에 없다는 설명이었다. A씨는 출산 때문에 내년 1월 이후에나 거동할 수 있다.

▽실태〓이처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투표를 희망하는 해외 거주자들이 많지만 현실적인 방법이 없어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재일, 재미 교포 등 해외 영주자들의 투표권 문제는 거의 논외로 밀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해외에 파견된 외교관과 회사원, 유학생과 가족, 재일교포, 재미교포 등 해외 거주자는 줄잡아 100만명 정도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이 사실상 ‘투표권 몰수’ 상황에 놓여 있는 것.

헌법상 부여된 선거권이 하위법인 선거법에 의해 크게 제한받고 있어 위헌의 소지도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재일교포들은 한국 국적 보유자임에도 불구하고 참정권이 없어 1997년 헌법소원을 제기했으나 재판부는 현실적인 여건을 들어 참정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일본에 거주하는 B씨는 “과거 박정희(朴正熙) 군사독재정권 시절 재외국민의 독재반대 목소리가 커지자 재외국민의 투표권 문제를 아예 무시해 버린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97년 대선 때 김대중(金大中), 이회창(李會昌) 후보 모두 재외국민 투표권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아직도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재일교포들은 “50여년 동안 힘겹게 국적을 지켜온 만큼 적어도 대통령선거와 국민투표에는 참가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재일 국민의 조국 참정권 운동’이란 책을 펴낸 재일교포 2세 이건우(李建雨·50)씨는 “정부가 중대한 인권 침해를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셈”이라며 “정부는 재외국민 정책을 담당하는 기관을 조속히 설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국의 사례〓외국의 경우는 광범위하게 재외국민 투표권을 인정하는 추세다.▶표 참조

영국은 출국 후 20년, 독일은 출국 후 10년까지 투표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 일본은 국회의원선거의 비례대표 선출시 재외국민에게 투표권을 부여하고 있다. 대만도 97년부터 이중 국적자를 포함한 재외국민에게 ‘귀국 투표권’을 인정했으며 향후 현지의 공관, 교민단체 사무실 등에서도 투표할 수 있도록 검토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0년 6월 총선 때 처음으로 ‘재외 투표’를 실시했는데 우편 투표를 하거나 재외공관에 설치된 투표소에서 투표를 했다. 해외의 일정한 장소에 3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으로 국내 최종 주소지의 선거관리위원회 명부에 등재된 재외국민의 경우 투표권을 보장받았다. 재외공관은 관내 거주 유권자에게 일일이 연락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도록 권유하는 성의를 보였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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