知韓派 그레그 방북…北核 돌파구 열릴까

  • 입력 2002년 10월 31일 19시 12분


도널드 그레그 전 주한 미대사가 북한 외무성 김계관(金桂寬) 부상의 초청으로 2일 방북한다. 그레그 전 대사는 4월에도 ‘미국 기업의 북한 진출 문제 협의차’ 평양을 갔다온 적이 있다.

하지만 이번 방문은 한미일 3국 정상이 북한을 향해 핵개발 즉각 폐기를 공동으로 요구한 직후라는 시점도 시점이지만, 그와 함께 방북하는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 교수와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가 미국내에선 ‘거물급 전문가’들이라 이래저래 시선을 끌고 있다.

오버도퍼 교수는 워싱턴포스트지 도쿄(東京) 지국장 출신으로 ‘두개의 코리아’라는 저서로 유명하고, 스티글리츠 교수는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다. 세 사람은 판문점을 통해 방북한 뒤 6일 다시 한국땅을 밟은 예정이다.

한미 양국 정부는 이들의 방북에 대해 “그레그 전 대사는 민간인 자격으로 평양을 방문한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 당국자는 31일 “우리 정부로서는 그레그 전 대사가 민간인 자격으로 방문하는 것이기 때문에 방북 전에 그를 특별히 만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레그 전 대사 자신도 3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서울에서 누구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서울 시장을 만날 예정”이라고만 언급했다. 서울 체류기간 중 유일한 공식일정이 서울시가 주최하는 서울국제경제자문단 총회에 참석하는 것이기 때문.

게다가 이들이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정책결정에 직접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인물들도 아니라는 게 정부관계자들의 평가다. 한 관계자는 “그레그 전 대사는 ‘아버지 부시’ 행정부 내에서는 미 대사를 지냈지만 현재로서는 별다른 입지를 갖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스티글리츠 교수도 부시 행정부의 경제정책과 대이라크 공세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는 인사라는 점에서 부시 행정부도 껄끄럽게 여기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이들의 입을 통해 핵 문제에 대한 모종의 메시지를 던질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달 중 미 의회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고, 이들이 모두 여론형성력에 있어서는 무시할 수 없는 인물들이라 북한이 미국 여론주도층을 향해 뭔가 자신들의 ‘진심’을 보여줄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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