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북핵시인' 발표 왜 서둘렀나

  • 입력 2002년 10월 31일 16시 14분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다고 시인한 사실을 백악관이 12일만에 공개한 상세한 경위가 나왔다.

미국의 권위있는 시사주간지 뉴 리퍼블릭(New Republic)은 4일자에서 긴박하게 돌아간 지난달 16일 워싱턴내의 움직임을 추적, "미 행정부가 끝까지 북핵 개발 시인을 보안에 부치려 했으나 더 이상 정보를 통제할 수 없어 긴급히 발표했다"고 전했다.

뉴 리퍼블릭에 따르면 처음 이 정보를 입수한 사람은 두 사람. 넬슨 리포트라는 이름으로 일일 이메일 뉴스레터를 발행하는 무역분석가 크리스 넬슨과 USA투데이의 여기자 바버라 슬레이빈. 넬슨씨는 16일 아침 한국과 일본쪽 소식통으로부터 이 정보를 입수해 행정부와 의회의 취재원들에게 확인을 요구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그가 입수한 정보는 나중에 발표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을 만큼 정확했다.

이날 오후 국무부 관리 몇몇이 만약 이 사실을 공개한다면 "'국가이익(national interest)'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엄중 경고하는 이메일을 그에게 보냈다. 넬슨씨는 할 수 없이 그날 뉴스레터에서 이 내용을 삭제했다.

그날 오후 북한을 3번이나 다녀온 북한통 슬레이빈 기자는 미국 내 소식통으로부터 정보를 입수, 추가 취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그러자 백악관은 더 이상 정보를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발표하기로 결정했다. 방법은 소수의 기자들을 선택해 전화회의(conference call) 형식으로 발표하는 약식 기자회견. 바로 기자들을 무선호출기로 찾았다. 오후 7시 북핵개발시인 사실이 발표됐고 이 기사는 긴급 뉴스로 타전됐다. 백악관은 이 회견에 넬슨씨나 슬레이빈 기자는 부르지 않았다.

슬레이빈 기자는 자신의 취재원에 대해 "행정부의 대북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라며 "그들은 대북 정책에 관한 핵심적인 정보가 비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을 우려했다"고 말했다.

한편 뉴 리퍼블릭은 백악관이 철저히 보안을 유지한 이유가 이라크 문제를 복잡하게 만들지 않으려는 것이었다면서 "대 이라크 결의안이 통과된 지난달 10일에야 공화당 의원 3명에게만 이 사실을 알렸다"고 전했다.

홍은택기자 eunta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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