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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0월 30일 18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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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예산심의를 받기 위해 열흘째 국회에 대기하고 있는 기획예산처의 한 고위간부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잇따른 선심성 법안이 내년 ‘균형예산’을 멍들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실 관계자도 “설령 법안이 통과돼도 예산이 뒷받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집단 이기주의에 밀린 사례〓건교위가 통과시킨 ‘무허가 옥탑방 양성화’ 법안(특정건축물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안)은 지난해 의원입법으로 발의됐으나 서울 강남지역의 불법건축물 난립을 우려한 건설교통부의 반대에 부닥쳐 처리되지 못했던 법.
민주당 박종우(朴宗雨) 의원 등이 발의한 이 법안은 당초 단독주택의 경우 국민주택 규모인 연면적 25.7평 이하 건축물의 옥탑방을 대상으로 했으나 소위 심사과정에서 대상 범위가 ‘50평 이하’로 확대됐다.
서민의 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서울 강남과 경기 고양시 일산, 성남시 분당 등 신도시의 고급주택이나 다세대건물주에까지 혜택을 주게 된 것이다. 이 법이 시행되면 1만1600여채가 혜택을 볼 것으로 추정된다. 건교위 손성태(孫晟太) 수석전문위원은 검토보고서에서 “자칫하면 건축정책 자체의 존립기반이 흔들려 ‘난(亂)건축’을 부추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공적자금이 이미 2조여원 들어갔고 내년에 대규모의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앞둔 신용협동조합에 대해 2004년부터 특별보험료를 물리지 말자는 재경위의 ‘예금보험법 개정안’도 집단이기주의에 밀린 사례.
2004년부터 예금자보호대상에서 제외되는 신협에 대해 이미 투입된 공적자금에 대해서도 책임을 묻지 않게 되면 공적자금 투입 금융기관의 ‘모럴해저드’를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
재향군인회 등 퇴직군인들의 집단민원에 따라 국방위가 내년부터 올리기로 한 군인연금은 매년 1800억원씩, 2012년까지 2조1000억원의 추가적자가 예상된다.
보건복지위에서 한나라당 이원형(李源炯) 의원 등이 발의한 의료분쟁조정법안은 의사들의 무과실 의료사고를 국가와 보험공단이 분담해 조성한 기금으로 물어주자는 내용으로 예산 확보문제 때문에 정부가 반대하고 있다.
▽선심성 시비 논란 사례〓농수산위 소속 한나라당 박재욱(朴在旭) 의원과 민주당 김영진(金泳鎭) 김효석(金孝錫) 의원 등이 발의한 ‘농어가 부채경감에 대한 특별조치법안’은 농어민의 농업경영개선자금을 연 5%에서 3%로, 1년짜리 상호금융 이자를 연 6.5%에서 5%로 경감해주자는 내용이다.
그러나 농가부채 이자를 4%대로 낮출 경우 2000억원 이상의 추가예산이 필요하고 3%로 내릴 때에는 4600억원의 예산이 더 들어가야 한다.
정무위에서는 65세 이상 국가유공자에게 지급되는 월 5만원의 수당을 나이 제한 없이 지급하자는 민주당 장태완(張泰玩) 의원 발의의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측이 재정사정, 4·19혁명 공로자와 보국수훈자와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모든 무공수훈자에게 수당을 지급하면 117억원의 비용이 더 드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재경위에서는 연안화물선에도 면세유를 공급하자는 법안을 놓고 정치권과 정부가 맞서고 있다.
| 선심성 민생법안 현황 | ||
| 상임위 | 관련법안 | 주요 내용 |
| 건교위 | 특정건축물정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 옥탑방 등 무허가 건축물 양성화 |
| 농수산위 | 농어업인부채경감특별조치법개정안 | 농어가 부채 이자를 연2∼5%로 대폭 하향 |
| 재경위 | 예금자보호법 | 신협을 특별보험료 부과대상에서 제외 |
| 정무위 |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 법률 개정안 | 유공자 나이 제한 철폐하고 수당지급 |
| 국방위 | 군인연금법 개정안 | 군인연금 지급기준을 2000년 이전으로 환원 |
| 재경위 | 조세특례제한법 | 연안 화물선에 대해 면세유 허용 |
| 보건복지위 | 의료분쟁조정법안 | 의료사고 보상재원을 기금에서 조달하고 경과실에 대해 소송 금지 |
| 문광위 | 국민체육진흥법개정안 | 생활체육협의회를 임의단체에서 특수법인으로 변경 |
| 교육위 | 교원 미채용자 채용특별법 | 국립 사범대 졸업자 중 미채용자 특채 등 |
(자료:국회 각 상임위)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