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준의원 반박회견 "1800억 지원 나는 몰랐다"

  • 입력 2002년 10월 28일 19시 12분


정몽준 의원이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정몽준 의원이 28일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연루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의원은 28일 이익치(李益治) 전 현대증권 회장의 ‘도쿄 발언’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 이 문제로 한숨도 못 잤다”며 비장한 표정을 보였다.

이날 오전 예정됐던 축구대회 참석까지 취소하고 회견을 자청한 정 의원은 “자기가 일하던 회사의 문제를…”이라며 이 전 회장에 대한 배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공세에 대한 대책을 묻는 질문에 “이익치 같은 놈들”이라고 흥분하기도 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현대전자 주가조작 사건 당시 고문으로 있던 현대중공업에서 1800억원이라는 거액이 움직이는데 몰랐나.

“나는 고문으로서 대표이사 사장의 결정을 도왔을 뿐이다. 불법적으로 간여하거나 개인의 이익을 위해 무슨 짓을 한다는 것은 생각한 적이 없다.”

-이 전 회장은 당시 현대중공업의 인사·재정권을 정 의원이 갖고 있었기 때문에 정 의원의 동의 없이는 돈이 움직일 수 없다고 했다.

“그 사건은 현대증권 내부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이 전 회장이 단독으로 불법 행동을 한 것이다. 그래서 현대증권에서 정식으로 그를 배임죄로 고소한 것이다.”

-1800억원이 움직인 것을 몰랐다면 현대중공업 고문으로서 금융 거래에 대한 자문에 응했나.

“현대중공업이 건실하다 보니 여러 회사들이 현대중공업 자금을 많이 유용했던 것 같다. 그런 일을 막지 못했던 것은 내 불찰이다. 하지만 회사가 아무런 재정상의 손실이 없었기 때문에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실무적으로 판단해서 그런 것 아니냐. 대표이사 사장할 때도 금융 거래에 대해 아무리 큰 것이라도 별 걱정 없이 (실무선에서) 처리했다.”

-이 전 회장의 발언 배경이 뭐라고 보나.

“내가 아무런 의도나 혐의가 없는데 일일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대한민국은 이익치라는 사람의 말에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이 전 회장은 형님인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측근 아닌가.

“형이 그의 판단을 많이 따랐는데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었다. 설득력 있게 말을 못한 것은 내 실수였다. 이 전 회장은 여러 모로 특이한 사람이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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