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韓, 핵 포기가 먼저다

  • 입력 2002년 10월 22일 18시 43분


핵문제에 대해 북한이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은 국제사회를 분노케 하는 일이다. 미국이 먼저 대북(對北) 적대시 정책을 철회해야 한다는 요지의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의 요구도 그렇다. 도대체 북한 지도부는 국제 분위기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이나 하고 있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너무나도 분명한 얘기지만 이번 사태는 북한이 먼저 일체의 핵무기 프로그램을 포기할 때 해결될 수 있다. 제네바 합의를 위반해 비밀리에 핵개발을 도모해 온 당사자가 위반 이전의 상태로 되돌아가야만 북-미간 협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북한이 먼저 핵 포기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는 미국의 입장은 설득력이 있다.

북한이 탓하고 있는 미국의 ‘적대시 정책’만 해도 그렇다. 적대정책이란 상호관계에 의한 것이지 일방적인 것일 수 없다. 북-미간 적대관계는 누구의 잘못으로 비롯됐는지 자명한 일이다. 그동안 북한이 취해 온 신뢰성 없는 행동, 즉 반복되어 온 ‘핵 위협’ 같은 일이 문제의 근원임을 깨달아야 한다.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핵개발 파문에 대해 문서로 남기자는 남측의 요구를 북한이 끝내 거부한 것도 실망스러운 일이다. 핵문제는 북-미간 현안이면서 동시에 92년 남북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구체화된 남북문제이기도 하다. 걸핏하면 민족 공조를 내세우는 북한이 핵문제를 예의 ‘통미봉남(通美封南)’ 전략으로 풀겠다는 저의가 아닌지 의심스럽다.

북한은 결자해지(結者解之)의 자세로 이번 사태의 해결에 나서야 한다.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등 국제사회는 지금까지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경수로 건설 등 갖가지 대북 지원을 해왔다. 북한이 먼저 그 조건을 깼다면 국제사회가 지원을 중단하고 경제제재를 하더라도 할 말이 없게 된다. 그렇게 될 경우 북한의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가능성이 커진다. 선택을 해야 하는 북한 지도부의 이성적 상황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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