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김정일에 선물받은 북한 송이버섯 논란

  • 입력 2002년 10월 11일 11시 24분


일본 정계에 때아닌 '북한 송이'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평양에서 북일 정상회담을 가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당시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으로부터 북한 특산물인 송이버섯을 선물받았다는 항간의 소문에 대해 여야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문제 삼고 나선 것.

의원들은 "일본 민간인들이 북한에 납치돼 상당수가 이미 사망했다는 비보를 평양에서 듣고나서도 송이 선물을 챙겨 돌아올 수 있단 말이냐"며 들끓고 있는 북한비판 여론에 맞장구를 치고 나섰다.

유권자 비위를 맞추는데는 여야가 따로 없다는 점을 보여주듯 10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여야의원들은 다나카 히토시(田中均) 외무성 아시아 대양주 국장을 출석시켜 "평양에서 송이를 선물 받았는가"를 일제히 추궁했다. 일본 의원들은 또 "선물 받은 송이가 아직 남아 있다면 당장 폐기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같은 추궁에도 불구하고 다나카 국장은 "외교관례상 무엇을 선물로 교환했는지는 공개할 수 없다"며 끝내 확인해주지 않았다.

그러나 고이즈미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들과 만나 송이 선물과 관련해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그렇게 소란을 피울 문제가 아니다"고 말해 선물을 받은 사실은 간접 시인했다.

송이 선물 문제는 북일 정상회담이 끝난 뒤 일본의 일부 주간지와 TV 등에서 여러 차례 다루면서 화제가 됐지만 일본 정부는 이제까지 함구로 일관해 왔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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