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주 모델은 중국 蘇州?

  • 입력 2002년 9월 24일 18시 29분


북한이 신의주 특별행정구(특구) 초대 행정장관에 중국의 부동산 재벌이자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 양빈(楊斌)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을 임명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싱가포르가 주도한 ‘쑤저우(蘇州) 개발방식’이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북한이 홍콩과 함께 쑤저우를 벤치마킹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중국은 90년대 초반 상하이(上海) 인근 쑤저우 일부를 싱가포르에 넘겨 ‘쑤저우 공업원구’를 건설했는데 당시 리콴유(李光耀) 싱가포르 총리는 미화 200억달러를 투자해 총면적 70㎢의 공단을 성공적으로 조성했다. 싱가포르 정부는 공단 개발 프로젝트를 직접 기획했으며 쑤저우 공무원들이 싱가포르에 가서 교육을 받기도 했다. 결국 중국은 토지만 제공하고 싱가포르의 자본과 기술력을 활용해 첨단 공단을 얻는 독특한 개발방식을 쓴 것이다.

그러나 신의주 특구와 쑤저우 공업원구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양 회장은 개인일 뿐 싱가포르 같은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마땅한 사장 후보가 없는 기업에서 유능한 최고경영자(CEO)를 외부에서 영입한 정도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동용승(董龍昇) 삼성경제연구소 북한연구팀장은 “북한이 양 회장을 영입키로 한 것은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한 측면도 있으나 더 근본적으로는 신의주 특구를 제대로 잘 개발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며 “북한이 개성공단 개발을 현대에 맡겼듯이 쑤저우보다는 개성공단 사례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지호(申志鎬) 한국개발연구원(KDI) 초빙연구위원은 “쑤저우 방식은 중국과 싱가포르 사이의 국가 사업이었으나 이번 신의주 특구는 중국 정부와의 사업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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