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신의주 경제특구 실험 中]개발물결 '특구 울타리'넘을까

  • 입력 2002년 9월 23일 19시 23분


북한 당국의 신의주특구 만들기는 높이 3m의 울타리치기로부터 시작됐다. 벌써 올해 초부터의 일이라는 게 외교소식통들의 전언이다.

91년 나진-선봉 특구 때처럼 울타리를 치고 있다면, 면적 180여㎢의 신의주시 전체를 철조망으로 둘러싸는 대작업을 하고 있다는 얘기다. 12일 발표된 특별행정구 기본법대로라면 북한으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시장경제와 자본주의 실험이 이뤄지는 ‘위험지대’인 만큼 다른 지역의 인민들과 격리시켜 놓겠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신의주특구의 실험은 신의주만의 일로 그치지 않을 것 같다. 북한이 바라는 대로 활발한 외국인 투자가 이뤄지고, 많은 북한 노동력이 투자기업에 고용될 경우 그 변화는 자연스럽게 특구 울타리 너머로까지 퍼져나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일단 신의주특구가 본격 개발되면 북한이 추구하는 금융 무역 상업 공업 첨단과학 오락 관광 사업에 종사할 전문인력들이 대거 특구로 옮겨오고 불필요한 인력이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노동인력의 재편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의주특구로 유입된 각종 정보도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다.

조명철(趙明哲·전 김일성대 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울타리를 둘러치더라도 특구 주민들이 고향에 왔다갔다 하면서 특구에서 들은 각종 정보를 전파하게 마련”이라며 “‘신의주특구가 시장경제를 해서 크게 발전했다’는 얘기가 북한 주민들에게 알려질 경우 심리적 파급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고, 특구 이외 지역의 기업들도 비슷한 방식을 도입하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북한은 7월부터 상품가격과 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내용의 경제관리개선조치를 추진중이다. 북한 주민들이 ‘가격 시스템’과 ‘돈 맛’을 알게 되면서 이미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게 북한을 다녀온 경제인들의 전언이다.

물론 신의주특구가 성공을 거둠으로써 지각변동의 진앙이 되기에는 난관들이 적지 않다. 당장 자본주의 경험이 전무하고 사회간접자본(SOC)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10년이 걸릴지, 20년이 걸릴지 알 수 없을 뿐 아니라 ‘조기 사산(死産)’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의주특구를 국제적인 도시로 발전시키려는 북한 당국의 의지는 확고한 듯하다. 기본법을 통해 신의주특구에 독자적인 입법·행정·사법권을 부여키로 했지만 초대 행정장관에는 북한의 경제통이 임명될 것이라는 외부의 예상과는 달리 네덜란드 국적의 화교 양빈(楊斌·39) 어우야(歐亞)그룹 회장이 전격 발탁됐다. 신의주특구 실험의 강도가 어떠할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양 행정장관 내정자는 23일 평양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의주특구는 북한 중앙정부로부터 어떠한 간섭도 받지 않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미래의 신의주특구에는 두 얼굴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북한 체제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신의주특구가 성공해야 하지만, 시장경제 실험이 성공할수록 ‘견고한 사회주의’의 둑에는 구멍이 뚫릴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허문영(許文寧)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신의주 특구에 대해 이미 5년간 사전준비과정을 거쳤다”며 “당분간 ‘통제적 개방’을 하겠지만 체제 유지에 저해요인이 커진다고 생각되면 개방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주석(徐柱錫) 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부분적인 정보 유통은 있겠지만 신의주 개방이 북한 체제에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경제의 주요 변화
시기내용
1946∼1965년토지개혁(무상몰수·무상분배), 중공업 우위와 자립노선 확립, 농공상 전반의 사회주의화 완료, 천리마운동 추진, 계획경제체제 확립
1984년외국기업과 합작 및 공동경영 허용(합영법 도입)
1990년대 초자유경제무역지대 선포(나진-선봉), 임금·가격 인상조치 실행, 농업 경공업 무역의 3대 제일주의 선언
1994∼1997년김일성 주석 사망(1994년) 이후 노선전환 모색했으나 경제난 가중
1998년 이후헌법 개정(경제운영 중시), 사회주의 경제강국 건설 선언
2002년 7월7·1 가격현실화 조치 단행
2002년 9월신의주 특별행정구 선포

(자료:삼성경제연구소)

성동기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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