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 私邸, 왜 그렇게 호화로운가

  • 입력 2002년 9월 12일 18시 47분


퇴임을 다섯 달 남짓 남겨 놓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퇴임 후 머물 사저(私邸)가 상당한 호화저택이 될 것이라고 한다. ‘주간동아’는 최근호(9월 19일자)에서 현재 신축 중인 김 대통령 사저의 설계도를 근거로 이 저택이 연면적 199평에 엘리베이터와 실내 정원까지 갖추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하 1층, 지상 2층에 방은 8개이며 욕실도 7개나 된다고 한다. 또 사저와는 별도로 인근에 155평의 경호건물도 들어선다고 한다.

한마디로 국민 정서와는 크게 동떨어진다고 할 수밖에 없다. 퇴임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국민이 정서적으로나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선이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대다수 국민은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과도한 예우’에 긍정적이지 못하다. 김 대통령도 97년 국민회의 총재 시절 당시 김영삼(金泳三) 대통령이 퇴임을 앞두고 사저 및 경호용 주택을 신·증축하는 것을 비난한 바 있다.

그랬던 김 대통령이 전임 대통령들보다 더하다는 소리가 나오는 것은 유감이다. ‘제왕적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권력문화의 구태(舊態)가 재연된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퇴임한 대통령은 국가 원로로서 나라가 가야 할 큰 방향에 대해 조언(助言)을 할 수 있다. 때로 고언(苦言)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그러나 수십명이 앉을 수 있는 접견실에 방문객 대기실까지 갖춘 호화저택을 마련하는 것은 그런 차원을 넘어 ‘퇴임 후 정치’에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인상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경호건물 신축도 재고할 문제다. 막대한 국민 세금을 들여 큰 건물을 새로 지어야만 전임 대통령을 경호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국민은 이제 조용히 사가(私家)로 돌아와 평범한 생활을 보내는 전임 대통령을 보고 싶어 한다. 새로 지은 호화 저택에 살며 과잉 경호를 받는 전임 대통령이 국민의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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