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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8월 6일 15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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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씨 변호인인 캐런 스넬 변호사가 신청한 증인인 동시통역사 노재키씨(여)는 "통역 번역의 생명은 정확성"이라면서 스넬 변호사의 요청에 따라 이씨 사건 서류의 영문번역이 잘못됐다면서 하나하나 짚어갔다.
"'억압'을 'pressure'라고 번역한 것은 너무 강하게 표현되었습니다."
pressure라는 말에는 '의지에 반한' '힘에 의한'이란 의미가 내포돼 있으므로 '지나친 강제'라는 의미인 'excessive coersion' 정도로 해야한다는 것이 변호인측의 주장. 즉 이씨의 행위는 정치자금법 14조의 '부당한 방법으로 억압하여 정치자금을 중개한 행위'의 '억압'보다는 약한 것이므로 이를 근거로 한 인도 요구는 부당하다는 것이다.
재판관련 기록에 대한 노씨의 지적은 이어졌다.
"1113쪽에 물음표가 하나 빠져있습니다.…최씨인데 Chae로 잘못 쓰고 있습니다.…"
오전9시에 시작해 오후3시10분에 끝난 이날 공판 중 스넬 변호사는 오전10시가 조금 넘어서부터 오후2시까지 번역문제를 물고 늘어졌다.
공판이 끝난뒤 이씨측 현태훈 변호사는 기자들에게 "한국 정부가 보낸 공소장에 '억압했다'고 돼있는데 증인심문에는 그런 구절이 없다"며 "하나하나 확인해보면 얼마나 잘못돼있는지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지켜본 한국 정부 관계자는 "철자나 사소한 실수를 문제삼아 문서 전체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려는 의도"라고 해석하면서 "시간끌기 작전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한국 법무부는 재판을 맡은 조지프 스코빌 판사가 '억압'의 정확한 의미가 뭐냐고 질의를 해옴에 따라 다음 공판이 열리는 8월30일 전문번역사와 한국법 전문가를 검찰측 증인으로 내세워 변호인측의 논리를 공박한다는 계획이어서 번역 공방전이 한차례 더 벌어질 전망이다.
그랜드래피즈(미 미시간주)=홍권희특파원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