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 소식에 의원들 긴가민가

  • 입력 2002년 7월 31일 23시 03분



31일 오후 3시48분경.

국회 본회의장 단상 앞에서 장상(張裳) 총리지명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개표 작업을 진행하던 민주당측 감표위원 심재권(沈載權) 정철기(鄭哲基) 의원 등의 얼굴이 일순 일그러졌다.

한나라당측 감표위원인 허태열(許泰烈) 의원은 양손 집게손가락으로 ×자를 만들어 자기 당 의원들에게 동의안 부결 사실을 알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양당 의원들 모두 긴가민가하는 표정이었다.

3시50분경 박관용(朴寬用) 국회의장이 “가(可) 100표, 부(否) 142표, 기권 1표, 무효 1표. 임명 동의안이 부결됐음을 선포합니다”며 의사봉을 세 번 두드리자 회의장에는 잠시 깊은 침묵이 흘렀다.

그러나 금방 양당 의석의 분위기는 크게 달라졌다.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그렇지. 잘 됐어” “자유투표가 처음으로 제대로 됐구먼” 등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나란히 앉아 있던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와 서청원(徐淸源) 대표도 얼굴의 긴장감이 서서히 풀렸고 입가의 엷은 미소가 취재진의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반면 민주당 의원들은 “휴∼”하는 깊은 한숨과 함께 망연자실한 모습을 보였다. ‘무난히 통과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빗나간데다, 가부간 표차도 42표나 되는 것으로 나타나자 충격을 받은 모습이 뚜렷했다. 이낙연(李洛淵) 대변인이 한화갑(韓和甲) 대표에게 달려가 수첩을 펴들고 향후 대책 등에 대해 보고하는 순간에도 한 대표의 시선은 회의장 천장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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