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한화갑 투톱 '햇볕 충돌'

  • 입력 2002년 7월 24일 19시 07분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왼쪽)와 한화갑대표 - 연합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왼쪽)와 한화갑대표 - 연합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가 햇볕정책을 비판한 노무현(盧武鉉) 후보를 거꾸로 강력 비판하고 나서 그동안 내연(內燃)해온 ‘노-한 갈등설’이 표면화되면서 주류연대가 붕괴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4월 노 후보가 대통령후보에 당선된 이후 노 후보 체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한 대표가 노 후보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번이 처음. 특히 한 대표의 노 후보 비판은 23일 이인제(李仁濟) 의원과 당내 파벌주의를 강력히 성토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8·8 재·보선 이후의 독자행보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냐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실제 한 대표와 노 후보간에는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최근 미묘한 틈새가 생겨났었다. 특히 이 달 초 노 후보가 ‘DJ 차별화’ 기자회견에서 김홍일(金弘一) 의원 문제를 정면 거론함으로써 한 대표에게 맡기기로 했던 양해사항을 사실상 걷어차는 모습을 보이자 한 대표 측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노 후보 측이 김상현(金相賢) 전 의원을 광주북갑에 공천하는 과정에서 한 대표와의 사전협의가 없었던 것도 두 사람의 관계를 불편하게 만든 또 다른 요인이다.

반면 노 후보 측은 한 대표가 힘을 실어 자신들을 지원하지 않은 점을 섭섭해하는 분위기다. 여기다 최근 노 후보 비서진에 대해 당 사무처가 월급을 지급하지 않기로 하자 불만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이같은 ‘이상기류’가 재·보선 이후 가시화될 후보 재경선 국면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한 대표는 재·보선에서 참패할 경우 재창당을 위해 ‘모든 기득권의 포기’, 즉 노 후보와 한 대표 자신의 현직 사퇴를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노 후보측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물론 한 대표 측은 이날 “햇볕정책에 대한 나와 노 후보의 생각은 다르지 않다.‘햇볕정책을 공부해야 한다’는 말은 야당과 일부 언론인, 그리고 나 자신에게 한 말이었다”고 긴급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한 대표의 한 측근은 “한 대표의 당내인사들에 대한 비판은 좌우고면하지 않고 소신대로 하겠다는 의미”라고 잘라 말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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