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영현실에 마련된 서해교전 전사자 합동분향소.
서해교전에서 유일하게 실종된 한상국(韓相國·27) 중사의 부인 김모씨(29)는 넋을 잃은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형편상 혼인신고만 한 한 중사와 가을에 정식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김씨가 남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실종 하루 전인 28일.
한 중사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기를 낳은 뒤보다 유산한 후의 몸조리가 더 중요하다”며 안쓰러운 목소리로 건강에 신경 쓰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김씨는 “남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며 “가을에 결혼식을 올리고 아파트로 이사도 가려 했는데 이게 웬 청천벽력입니까”라며 오열했다.
한 중사의 어머니 문화순씨(55)는 “왜 우리 아들만 없는 거야. 우리 상국이는 사진도 없네”라며 통곡하다 끝내 합동분향소 앞 아스팔트에 쓰러졌다.
아버지 한진복씨(56)도 군 고위 간부들을 붙잡고 “우리 아들 좀 제발 찾아 줘. 조타실에 있던 사람이 죽었으면 모두 죽고, 실종됐으면 모두 실종돼야지 왜 우리 아들만 없는 거야. 시신이라도 있어야지…”라며 눈물을 뿌렸다.
아버지 한씨는 “1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장남 노릇을 잘한 착한 아들이었다”며 힘없는 목소리로 “내가 정말 외아들을 잃은 거냐”며 혼잣말을 되뇌어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충남 보령이 고향인 한 중사는 고교 졸업 후 어부인 아버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겠다며 직업 군인의 길을 택했다.
한 중사의 누이동생 정난씨(23)는 “아빠가 무창포 해수욕장 주변에서 작은 배로 고기를 잡으시는데 오빠도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해군에 가 바다에서 일하게 됐다’며 무척 자랑스러워했다”며 흐느꼈다.
한 중사의 친구들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착한 사람에게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비통해했다.
한 중사 가족들은 한 중사가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수색 상황이라도 알아보기 위해 이날 오후 3시경 한 중사가 근무했던 경기 평택항의 제2함대로 향했다.
한편 교전이 있었던 연평도 부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중사 수색에 해군 병사들이 앞을 다투어 자원하고 있다.
안기석(安基石) 합동참모본부 작전차장은 이날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는데 고속정 승조원들이 서로 자신이 가겠다고 자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