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서해도발]실종 한상국중사 가족들 오열

  • 입력 2002년 6월 30일 19시 25분


한상국 중사
한상국 중사
“한 달 전 유산했지만 어른들이 염려할까봐 알리지 않고 둘째 아이를 가지려고 했는데 남편이 실종됐다니요….”

30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 국군수도병원 영현실에 마련된 서해교전 전사자 합동분향소.

서해교전에서 유일하게 실종된 한상국(韓相國·27) 중사의 부인 김모씨(29)는 넋을 잃은 채 하염없이 눈물만 흘렸다.

형편상 혼인신고만 한 한 중사와 가을에 정식 결혼식을 올릴 예정이었던 김씨가 남편의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들은 것은 실종 하루 전인 28일.

한 중사는 김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기를 낳은 뒤보다 유산한 후의 몸조리가 더 중요하다”며 안쓰러운 목소리로 건강에 신경 쓰라고 신신당부했었다.

김씨는 “남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며 “가을에 결혼식을 올리고 아파트로 이사도 가려 했는데 이게 웬 청천벽력입니까”라며 오열했다.

한 중사의 어머니 문화순씨(55)는 “왜 우리 아들만 없는 거야. 우리 상국이는 사진도 없네”라며 통곡하다 끝내 합동분향소 앞 아스팔트에 쓰러졌다.

아버지 한진복씨(56)도 군 고위 간부들을 붙잡고 “우리 아들 좀 제발 찾아 줘. 조타실에 있던 사람이 죽었으면 모두 죽고, 실종됐으면 모두 실종돼야지 왜 우리 아들만 없는 거야. 시신이라도 있어야지…”라며 눈물을 뿌렸다.

아버지 한씨는 “1남2녀 중 장남으로 태어나 장남 노릇을 잘한 착한 아들이었다”며 힘없는 목소리로 “내가 정말 외아들을 잃은 거냐”며 혼잣말을 되뇌어 주변 사람들을 더욱 안타깝게 했다.

충남 보령이 고향인 한 중사는 고교 졸업 후 어부인 아버지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겠다며 직업 군인의 길을 택했다.

한 중사의 누이동생 정난씨(23)는 “아빠가 무창포 해수욕장 주변에서 작은 배로 고기를 잡으시는데 오빠도 ‘어부의 아들로 태어나 해군에 가 바다에서 일하게 됐다’며 무척 자랑스러워했다”며 흐느꼈다.

한 중사의 친구들은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착한 사람에게 이게 무슨 날벼락인지 모르겠다”며 비통해했다.

한 중사 가족들은 한 중사가 아직 살아 있을지 모른다는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수색 상황이라도 알아보기 위해 이날 오후 3시경 한 중사가 근무했던 경기 평택항의 제2함대로 향했다.

한편 교전이 있었던 연평도 부근에서 벌어지고 있는 한 중사 수색에 해군 병사들이 앞을 다투어 자원하고 있다.

안기석(安基石) 합동참모본부 작전차장은 이날 “연평도 인근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는데 고속정 승조원들이 서로 자신이 가겠다고 자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선우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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