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자금 영수증 처리땐 처벌 어려워

  • 입력 2002년 5월 22일 19시 52분


국회의원이나 정당이 ‘로비자금’을 ‘합법적으로’ 받았을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할까.

국회의원 20여명과 여야정당이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에서 후원금을 받아온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의원들은 정치자금법에 따라 영수증 처리를 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이들 국회의원은 대부분 체육복표사업자 선정 문제를 다룬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소속이어서 TPI 측과 직무 관련성이 있다. TPI 측 입장에서 보면 ‘대가’를 바라며 건넨 로비자금일 수도 있다.

따라서 이들이 받은 돈은 형식적으로는 합법적인 정치자금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대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볼 소지도 있다.

정치자금법은 국회의원의 경우 후원회를 만들어 후원금(1인당 연간 2000만원 이내·선거가 있는 해에는 5000만원)을 받을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후원회 회원이 아닌 경우에는 1회에 100만원 이내에서 정치자금을 낼 수 있다. 정치자금법은 이처럼 돈을 받는 방법과 절차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자금을 받는 ‘대상’에 대해서는 별다른 제한이 없다. 직무와 관련이 있든 없든 아무에게서나 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회의원의 후원회가 열리면 평소 민원이 많은 기업체 등에서 ‘합법적인 기회’를 이용해 뇌물성 후원금을 건네는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문제가 되고 있는 TPI의 후원금 기부도 비슷하다. TPI에서 후원금을 받은 의원들은 체육복표 법안을 심사하고 사업자 선정 권한을 가진 국민체육진흥공단을 감독하는 상임위 소속이다. TPI는 이들에게 99년 8월 관련법 개정을 전후한 시점부터 2000년 12월 사업자 선정 직전까지 집중적으로 후원금을 냈다. 법조계는 이들이 합법의 외형을 갖췄기 때문에 형사처벌은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받은 5000만원이나 민주당 부산시지부가 받은 500만원도 마찬가지.

대검의 한 간부는 “직무와 관련된 사람에게서 정치자금을 받는 것은 형식상의 합법 여부를 떠나 정치자금법의 정신에 어긋나므로 정치인들이 스스로 자제해야 할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정치자금 제공 대상자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형기자 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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