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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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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를 정점으로 한 친정(親政)체제가 뿌리를 내리면서 민정계 중심의 측근그룹이 2선으로 후퇴하고 대신 민주계 및 충청권 출신의 신주류가 전면 부상하고 있다.
신주류의 중심축은 서청원(徐淸源) 대표와 김무성(金武星) 후보비서실장. 서 대표는 당무 전반, 김 실장은 후보 비서실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가는 동시에 YS와의 핫라인도 맡고 있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인 윤여준(尹汝雋) 의원과 유승민(劉承珉) 전 여의도연구소장 등은 실무 보좌에 전념하고 있다.
또 최고위원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한 강창희(姜昌熙) 최고위원은 김용환(金龍煥) 국가혁신위원장과 함께 충청권 공략의 대표선수로 부상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신주류의 등장은 연말 대선의 키워드가 YS와 부산 경남권, 그리고 충청권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민정계 출신인 양정규(梁正圭) 하순봉(河舜鳳) 전 부총재와 김기배(金杞培) 의원 등 ‘측근 3인방’의 세력은 퇴조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한 당직자는 “측근정치에 대한 당 안팎의 비판 여론에 밀려 이들이 일시적으로 밀려났지만 이 후보에 대한 영향력마저 완전 상실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아직은 유보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구 경북권의 대표주자를 자처하는 강재섭(姜在涉) 최고위원의 거취도 관심사이다. 경선 1위를 노렸던 강 위원은 겉으로는 고개를 숙였지만 이 후보 진영의 경선 개입 의혹에 대한 앙금을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위원측은 6·13 지방선거 후 제 목소리를 분명히 내겠다는 뜻을 비치고 있다.
신주류가 주도하는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한나라당 내의 복잡다단한 역학관계가 권력투쟁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비주류 진영도 점차 색깔을 뚜렷이 드러내고 있다.
비주류 중진인 김덕룡(金德龍) 의원은 20일 후원회에서 “정치개혁과 국민 통합의 대의를 위해 정치적 울타리에 결코 얽매이지 않겠다”며 독자 행보에 나설 뜻을 분명히 했다. 김 의원은 지방선대위 공동의장직도 거부했다. 강삼재(姜三載) 의원도 “지방선거 후를 보자”고 말하고 있다.
따라서 지방선거 때까지는 이 후보 체제에 대한 비주류의 ‘판단 유보’ 상태가 지속되겠지만, 지방선거 이후 정계개편 움직임이 가속화될 경우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는 극히 유동적이라는 게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석이다.
정연욱기자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