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자민련 공조 모양새 고심

  • 입력 2002년 5월 21일 18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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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자민련이 공조의 모양과 수위 조절에 고심하고 있다. 실질적으로는 당장 코앞에 닥친 6·13 지방선거와 16대 국회 후반기 원(院) 구성 문제를 놓고 양당간의 공조 논의가 깊숙이 진행 중이나 자민련 내에 정체성 시비 등 반발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김원길(金元吉), 자민련 오장섭(吳長燮) 사무총장은 22일쯤 만나 충청권의 지방선거 공조방안에 관해 본격 협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양당간에는 이미 민주당 대전시지부가 시장후보로 추천한 정하용(鄭夏容)씨에 대한 공천을 유보하고 자민련 몫으로 남겨두는 대신 대전 서구와 유성구청장은 민주당 후보를 내세운다는 데 암묵적 양해가 이뤄진 상황이다.

양당은 또 충북과 충남지사 후보는 자민련이, 청주시장 후보는 민주당 소속인 현직 시장을 공천키로 하는 등 사실상의 연합공천 방안을 타진해왔다.

원 구성 문제와 관련해서도 민주당 정균환(鄭均桓), 자민련 김학원(金學元) 원내총무가 최근 잦은 접촉을 갖고 있다. 양당간에는 자민련이 민주당 국회의장 후보를 막후 지원하고 민주당은 그 대가로 자민련 몫 부의장과 상임위원장직을 보장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민주당 한화갑(韓和甲) 대표는 21일 고위당직자회의에서 “필요하면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와 만날 수 있다”며 고위급 협상카드까지 언급했다.

문제는 양당 내부의 소장파들. 자민련에서는 이완구(李完九) 정진석(鄭鎭碩) 의원 등이 “이념과 노선이 다른 당과 공조를 복원하는 듯한 모습은 안 된다”며 반발하고 있고 민주당에서도 과거 회귀를 우려하는 소장파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자민련 조부영(趙富英) 부총재가 “지방선거는 이념으로 치르는 게 아니다. 선거를 위해 이인제(李仁濟) 의원을 매개로 전략적으로 제휴하는 것뿐이다”며 내부 수습을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듯하다.

한나라당은 이 틈새를 비집고 “국민이 한 번 속지 두 번 속느냐. 자민련이 또다시 충청인에게 ‘이해하라’고 한다고 해서 동조가 있겠느냐”(허태열·許泰烈 기획위원장)며 공세를 펴고 있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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