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두번 놀란 정부

  • 입력 2002년 3월 15일 18시 00분


탈북자 25명의 주중 스페인 대사관 진입 사건이 만 하루만에 전격적으로 해결되는 과정에서 중국 정부는 우리 정부 관계자들을 두 번 놀라게 했다.

우선은 중국측의 전례없이 신속한 일 처리에 정부 관계자들은 놀랐다. 중국측은 사건 발생 직후 주중 한국 대사관측에 ‘25명의 의사를 인도적 차원에서 고려하겠다’고 통보했다는 후문. 중국 외교부 장치웨(章啓月) 대변인도 정례 브리핑에서 “우리는 줄곧 인도주의 관점에서 출발하여 그들(탈북자들)을 잘 대해왔다”고 말했다.

중국측의 이 같은 조치는 탈북자들의 의사에 반한 북송 조치는 없을 것임을 확인해준 것이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탈북자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온 중국측이 사건 발생 초기부터 그런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고 평했다.

15일 오후 주룽지(朱鎔基) 중국 총리가 기자회견에서 “탈북자 신병문제가 합의됐다”고 발표하자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다시 한번 놀랐다.

14일 밤 우리측에 ‘제3국행 허용’이라는 협상 내용을 통보해주면서 ‘안전 문제 등을 감안해 이들이 중국을 벗어날 때까지 보안을 꼭 지켜줄 것’을 당부해 놓고 약속을 깼기 때문이다.

때문에 15일 오전까지도 “중국은 여러 부서의 의견이 종합돼야 의사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에 (사건 해결에) 시간이 걸릴 것을 각오하고 있다”며 ‘연막전술’을 폈던 우리 정부 관계자들은 “왜 거짓말을 했느냐”는 취재진의 거센 항의를 받아야만 했다.

정부 관계자들은 “주 총리의 발표는 이번 사건이 중국 최고위층의 정치적 결단에 따라 해결됐음을 대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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