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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3월 14일 18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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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을 탈출한 주민 25명이 14일 중국의 베이징(北京) 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강제로 밀고 들어가 난민지위 인정과 한국행을 요청하며 농성에 들어갔다. 이들은 빠르면 수일내 ‘불법 입국’죄로 제3국으로 추방될 것으로 보인다고 중국 소식통들이 밝혔다.
중국의 장치웨(章啓月)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이들의 신분과 관련해 이들에게 난민 지위는 부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 같은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줄곧 인도주의 관점에서 출발해 잘 대해 왔다”고 말해 3국 추방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탈북자들은 미리 준비한 성명서를 통해 중국 당국이 자신들을 다시 북한으로 송환할 경우에 대비해 자살하기 위한 극약을 소지하고 있다고 말해 중국의 강제 송환시 강력히 반발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중국 당국은 이날 밤 9시경(한국시간)부터 스페인대사관 정문앞에 탈북자들의 수송용으로 보이는 버스 한 대를 배치했다.
외교통상부는 14일 긴급대책회의를 연 뒤 중국과 스페인 정부측에 “이 문제가 인도주의적인 입장에서 처리돼야 하며 특히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북송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베이징 주재 한국대사관은 스페인 대사관측에 탈북자들과의 면담을 요청, 상황 파악에 나섰다.
정부는 베이징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 국제기구에도 적극적 협력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중국이 지난해 장길수군 가족을 추방하면서 ‘선례를 구성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는 점에서 긴밀한 외교적 해결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은 영문으로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는 지금 엄청난 절망에 빠져 있고 처벌의 공포 속에 살고 있다”면서 “우리의 불행을 수동적으로 기다리기보다는 자유를 위해 목숨을 걸기로 결정, 대사관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여섯 가족과 2명의 고아소녀로 구성돼 있으며 이들 중 8명은 어린이”라면서 신원을 공개했으나 “북한에 남아있는 친지에게 가해질 박해가 두려워 대부분 이름은 익명으로 처리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개별 성명을 통해 한국행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11시경 중국 경비원을 밀치고 스페인 대사관 정문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으며 진입 과정에서 일부는 정문 경비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탈북자인 장길수군 가족 7명이 베이징 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 사무소에 들어가 한국행을 요구한 끝에 4일만에 필리핀을 거쳐 서울에 들어올 수 있었다.
베이징〓이종환특파원 ljhzip@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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