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견해 못봐꿔"

  • 입력 2002년 2월 20일 18시 02분


방한 중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20일 “북한 정권은 투명하지 않고 주민들의 굶주림을 방치하고 있으며 대량살상무기(WMD)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다”며 “나는 이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정부의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하지만 북한이 아직까지 햇볕정책을 수용하지 않고 있는 점에 실망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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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북한 정권이 북한 주민을 자유롭게 하고, 한국과 미국의 대화 제안을 수용하고 북한 주민을 아끼는 마음이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기 전까지는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에 대한 의견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고 못박았다.

그는 김 대통령과 함께 경의선 도라산역을 방문한 자리에서도 “나는 대북 대화를 희망하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정권들이 가장 위험한 무기로 우리를 위협하는 것을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WMD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대북 압박 노력을 계속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그는 “우리는 북한 주민이 아니라 독재정권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대북 대화를 하건 안하건 간에 북한 주민에 대해서는 식량지원 등 인도적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해 북한 정권과 주민에 대한 분리대응 방침을 밝혔다.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미동맹관계를 재확인하고 북한의 WMD 및 재래식무기 등의 문제를 대화를 통해 해결해 나간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김 대통령은 “대북관계에 있어 대화를 통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데 부시 대통령과 아무런 견해차가 없었다”며 “오늘 우리가 북한에 대해 대화로 모든 것을 풀어가자고 진지한 제안을 한 만큼 북한이 하루속히 대화에 응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도 “우리는 북한과 직접 대화할 용의가 있고, 실제로 대화를 진행시키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북한은 아직 우리의 대화 제의에 대해 답변이 없다”며 “대화가 재개되기 위해서는 양쪽 모두가 재개 의지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미국은 공격할 의사가 없고, 한국도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전혀 없다. 우리는 비무장지대 건너편에 우리에 대한 위협세력이 있기 때문에 이를 방어하는 것뿐이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한반도의 평화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전방 미군부대를 방문, “북한 정권이 ‘악’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승모기자 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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