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DJ 가깝고도 먼 사이…당 관계설정 고민

  • 입력 2002년 1월 16일 18시 29분


민주당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관계설정 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특히 국민 지지도를 의식한 당내 대선예비주자들이 김 대통령 및 국민의 정부와 차별화에 나서면서 이런 딜레마는 점점 깊어지는 양상이다.

민주당이 그동안 국정원과 검찰을 매섭게 질타하는 공식 논평을 내놓기도 하고, 김 대통령에 대한 새해 인사를 거르는 등 정부나 김 대통령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온 것은 사실이다. 그런 반면 민주당은 김 대통령의 연두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적극 지지하는 입장을 취하기도 했다.

21일로 예정된 한광옥(韓光玉) 대표의 기자회견도 이런 딜레마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한 대표는 ‘당 대표의 회견은 대통령의 연두 기자회견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과거의 관행을 넘어 당 쇄신책을 적극 내세우고 정국을 주도하는 모양새를 과시하기로 일단 방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도 민주당은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과제들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당 차원의 계획을 세우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총재직은 내놨지만 당적을 버리지는 않고 있는 김 대통령처럼 당도 김 대통령과 ‘한 식구가 될 수도 없고, 남이 될 수도 없는’ 어정쩡한 입장에 놓여 있는 셈이라며 당직자들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에 비해 대선예비주자들의 태도는 훨씬 자유로운 편이다. 국민의 정부 실책에 대해 이인제(李仁濟) 상임고문은 인사난맥상을, 노무현(盧武鉉) 상임고문은 지역주의 극복의 한계를, 정동영(鄭東泳) 상임고문은 개혁정책의 과오를, 김중권(金重權) 상임고문은 집권 후반기 보좌진의 잘못을, 김근태(金槿泰) 상임고문은 준비 없는 의약분업을, 유종근(柳鍾根) 전북지사는 시장경제원칙의 훼손 등을 지적하고 있다.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김 대통령을 가까이 모시거나 김 대통령의 도움으로 높이 오른 사람들마저 자기 살겠다고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비난받을 일”이라는 시각과 “정권 지지도가 낮은 상황에서 재집권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김옥두(金玉斗) 의원은 “대선주자들이 한나라당에서나 나올 말을 하고 있다. 무조건 비판해서 표를 얻으려는 태도는 안 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이 문제로 분란이 일 조짐이 보이자 박종우(朴宗雨) 정책위의장은 16일 당무위원회의에서 “대선주자들이 지나치게 대통령과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당원들의 우려가 크다”며 당 차원에서 적절히 조정하자고 제안했다.

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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