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만 미사일’ 나이키]전시용이 전시용… 대공방어 ‘구멍

  • 입력 2001년 12월 19일 18시 08분


우리 군이 보유한 나이키 미사일의 예상 명중률이 정상적인 미사일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대공 방어 전략에 대한 신뢰도가 의심받고 있다.

예상 명중률이 “최저 8%에 불과하다”는 발표에 국방부가 최신 실험수치를 이례적으로 공개하면서 “이보다 4배 높은 30% 이상으로 나왔다”며 해명했지만 8%든 30%든 낮은 명중률이긴 마찬가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같은 수치는 쉽게 말해 100기의 나이키 미사일을 발사하면 적 항공기까지 날아가는 미사일 수가 8∼30여기에 불과한 것. 더욱 심각한 문제는 나이키 미사일이 우리 군이 보유한 유일한 고고도(高高度) 대공 방어 미사일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나이키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한 차기 유도무기사업(SAMX)이 하루빨리 추진돼야 하는 데도 후속사업조차 지지부진하다는 점이다.

총사업비 2조2836억원 규모의 차기 유도무기사업은 올해 사업착수금으로 200억원의 예산을 할당받았으나 비용문제로 최적 기종을 결정하지 못해 내년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나이키 미사일이 부실하다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에 속한다. 50년대에 개발된 나이키 미사일은 70년대 말 주한미군으로부터 인수해 운용 중인 대표적인 ‘고철 미사일’로 장비 노후화 때문에 98년 말 인천 오발사고 등 사고가 잇따랐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들이 노후화된 나이키 미사일을 90년대 초반 전부 폐기처분해 전세계적으로 우리만이 운용하고 있을 정도다.

아무튼 이번에 최대 30%대의 낮은 예상 명중률이 공개됨에 따라 이에 대한 대책 마련도 시급해졌다. 전국 10여개 기지에 배치된 200여기의 나이키 미사일은 성능 여부를 떠나 존재 자체만으로 북한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되어왔으나 이제 ‘종이 호랑이’라는 점이 백일하에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군은 올해부터 차기 유도무기사업을 추진한다는 전제하에 해마다 일정한 수의 나이키 미사일을 도태시키는 계획을 세웠으나 차기 유도무기사업이 뒤로 미뤄져 도태 일정마저도 연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성동기기자>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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