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특위 비상근 부위원장' ?…역할-보수없는 명함용 직함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8시 09분


진승현(陳承鉉)씨로부터 1억원을 받아 신광옥(辛光玉) 법무부차관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최택곤(崔澤坤)씨가 민주당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특위 비상근 부위원장’ 자리가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오랫동안 야당생활을 해온 사람들 중 일부는 정권교체 후 국영기업체 간부나 지방자치단체장 지방의원 등으로 진출했지만 상당수는 부위원장 자리를 얻는 데 그쳤다. 그러나 이는 이름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책상도, 보수도, 역할도 없는 명함용 직함일 뿐이다.

민주당에는 안보 교육 노동 환경 등 직능별로 20개의 위원회에 모두 660여명의 부위원장이 있다. 이들 중에는 전직 장성, 관료, 교육계 인사 등도 있지만 상당수는 오랜 세월 ‘야당판’을 따라다녔지만 정작 정권획득 후에는 ‘찬밥’ 신세가 된 사람들이다.

한 부위원장은 “동네 사람들 보기가 창피하다. ‘아직도 좋은 자리 못 얻었느냐’고 물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고 한탄했지만 일부는 무위도식하면서도 고급승용차를 몰고 다니기도 한다. 알아서 먹고사는 셈이다.

더러는 정치권 실세와의 친분을 내세워 실세인 양 행세하기도 하고 인맥을 동원해 이권이나 인사청탁 등에 개입하기도 한다. 공무원 인사나 지방자치단체 관급공사 등에 이들이 개입한다는 소문도 그치지 않았고 실제로 정권교체 후 지방건설업체 대표 명함을 들고 당사 주변에 나타나는 사람도 많았다. 또 정치권에 줄을 대려는 사업가들이 제 발로 찾아와 은밀한 부탁을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검은 돈이 오가기도 해 이들이 음성적 정치자금의 한 통로라는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윤종구기자>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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