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무산이후 정국]여야 네탓공방…예산처리엔 공감

  • 입력 2001년 12월 9일 18시 04분


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의 탄핵안 표결 무산으로 정국이 급랭(急冷)한 가운데서도 여야는 모두 탄핵안 공방과 임시국회 개회를 분리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우선 한나라당의 태도부터가 유연한 자세로 바뀌어가고 있다. 탄핵안 표결 무산 직후“민주당이 다시는 이런 짓 안 하겠다는 약속을 해야 임시국회 일정을 논의하고, 그래야 국회 예결위의 계수조정소위를 가동하겠다”고 했던 이재오(李在五) 원내총무의 강경발언을 잠시 후 장광근(張光根) 수석부대변인이 수정하고 나선 것이 단적인 예.

장 수석부대변인은 “민주당이 편법으로 국회법을 유린한 데 대해 민주당은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해야 하지만, 우리는 예산의 중요성을 인식해서 탄핵 사태와 예산 문제를 연계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이 같은 미묘한 태도 변화는 교원연장법안 처리 등을 둘러싸고 당내에서 “강공이 득책이 아니다. 민심(民心)을 잡으려면 민생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

민주당 측도 일단 이번 탄핵안 처리를 ‘절반의 승리’로 자평하며 민생챙기기 경쟁에서 기선을 잡겠다는 자세다.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9일 “이제는 예산과 민생을 챙길 때”라며 한나라당의 협조를 촉구했다. 한 대표는 또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어려운 때 현명한 판단을 해 주신 데 대해 감사 드린다”고 인사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은 늦어도 18일까지는 예산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조만간 여야 총무회담을 제안할 방침이다.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예산을 통과시키지 않으면 그 비난은 한나라당이 다 책임을 져야 한다. 우린 느긋하다”고 말했다.

물론 탄핵안을 밀어붙였던 명분상 한나라당이 개표무산과 관련해 제기했던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사과나 민주당 지도부 사퇴 등의 요구를 금방 흐지부지하지는 않을 분위기다. 하지만 한나라당의 입장이 이미 분리대처 쪽으로 가닥이 잡힌 만큼 정국은 ‘일면 대치, 일면 대화’의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송인수·정용관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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