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가 떠나고 난뒤]동교동계 “우린 어떡해…”

  • 입력 2001년 11월 9일 18시 25분


민주당 쇄신파동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 과정을 거치면서 DJ의 직계세력인 동교동계는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었다.

당내에서는 쇄신 또는 해체 대상으로 몰리고, DJ라는 울타리를 잃은 데다 계파 내부 갈등까지 겹쳐 당 안팎에선 97년 당시 신한국당의 대통령후보 선출 과정에서 사분오열돼 뿔뿔이 흩어졌던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의 민주계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김 대통령이 이번에 총재직 사퇴란 극약처방을 내린 데는 권력투쟁 양상을 보여온 동교동계에 대한 상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노갑(權魯甲) 한화갑(韓和甲) 전 최고위원의 ‘양갑(兩甲) 쟁투’로 상징되는 동교동의 분열상은 이번 쇄신 파동을 거치면서 더욱 격화돼 양 진영이 서로 “이제는 더 이상 동지라고도 할 수 없다”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는 단계로 악화됐다.

권 전 최고위원-한광옥(韓光玉) 대표-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으로 이어지던 동교동 구주류 진영 내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박 전 수석이 사퇴함으로써 청와대 내 교두보가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한 대표의 독자노선 추구 움직임도 엿보인다.

‘이인제(李仁濟) 대세론’에 공감했던 차기 대선 구도에 대한 구주류의 구상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동교동계의 한 핵심인사는 “노무현(盧武鉉) 전 최고위원의 본선 경쟁력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DJ 이후’의 신질서를 향한 암중모색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동교동계가 다시 정권재창출의 전위세력으로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하지만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를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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