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모임 확대 안팎]김대통령 정면돌파 나서나

  • 입력 2001년 11월 5일 18시 35분


쇄신연대 모임
쇄신연대 모임
4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동남아국가연합(ASEAN)+한중일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국하면서 내린 마지막 결정은 ‘최고위원들의 사의 수용’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전날까지만 해도 ‘사퇴 만류’로 흐르던 분위기가 일부 최고위원들의 불참 선언으로 3일로 예정됐던 청와대 최고위원 간담회가 연기되면서 급변했다는 게 여권관계자들의 설명. 한 관계자는 “대통령의 결심이 선 것 같다”고 귀띔했다.

청와대 주변의 분위기는 ‘정면돌파’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만만치 않다. 당을 비상과도체제로 운영하면서 ‘자신의 그림’을 그려나가겠다는 DJ의 의지도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청와대 최고위원 간담회 참석을 거부하며 ‘음모론’을 제기했던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이 5일 한발짝 물러선 것도 이 같은 기류를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민주당이 최고위원 간담회를 ‘중진과의 대화’ 또는 ‘지도부와의 대화’ 모임으로 대체키로 한 것은 이 최고위원과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이 참석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모임에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예단할 수 없으나, 초미의 관심사인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과 박지원(朴智元) 대통령정책기획수석비서관의 거취는 김 대통령의 결단에 달려 있다. 동교동 구파는 여전히 ‘통치권 사수’ 차원에서 인적쇄신 요구는 있을 수 없다는 강경론이 주류이지만 이들은 결국 김 대통령의 뜻을 따를 것으로 보인다.

8일 기자회견을 갖고 쇄신파들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정계은퇴요구의 부당성을 강조할 것으로 알려진 권 전 최고위원도 7일 모임을 보고 회견 강행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

박 수석의 경우는 “마음을 비웠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한 측근은 “대통령께 누가 되지 않는 방안을 놓고 고심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제 민주당 인사들의 시선은 ‘김 대통령의 결심’에 모아지고 있으나, 그것이 어떤 방향이든 당의 분란을 완전히 잠재울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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