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한나라 제주지부 한밤 전격 수색…野 거센 반발

  • 입력 2001년 10월 22일 02시 12분


경찰이 21일 한나라당 유성근(兪成根) 의원의 국회 대정부 질문 경찰 정보보고 문건 공개 사건과 관련,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간부를 긴급 체포한 데 이어 22일 도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대해 “면책특권이 보장되는 국회의원의 정당한 국회 발언에 대해 정부 여당이 수사를 벌이는 것은 미증유의 야당 탄압”이라고 반발, 여야 갈등이 증폭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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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압수수색〓경찰은 21일 유 의원이 공개한 문건이 제주경찰서 정보과 임모 경사(56)가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간부 김모씨(36)의 요청에 따라 유출시킨 것을 밝혀내고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경찰은 이어 22일 0시10분경 김씨를 데리고 유출된 보고서가 더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경찰은 사무실에 아무도 없자 이영민 한나라당 제주도지부 사무처장에게 전화를 걸어 “압수수색 영장을 가지고 왔다. 문을 여는 데 협조해달라. 30분 이내에 협조하지 않으면 문을 열고 들어가겠다”고 통보했다.

사무처장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한나라당 제주도지부장 현경대(玄敬大) 의원은 “시간이 늦었으니 압수수색 시간을 늦춰달라”고 요구했으나 경찰은 강제로 문을 열고 들어가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이에 앞서 유봉안(柳奉安) 제주지방경찰청장은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자체 감찰조사 결과 제주경찰서 정보과 임 경사가 공문서를 유출시켰고 이 문서는 경찰의 공식보고서로 지방경찰청 정보과장이 전결처리했을 뿐 경찰청 등 상부로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 청장은 또 “임 경사가 보고서를 직접 작성한 뒤 상부에 보고했으며 김씨의 요청에 따라 9일 팩스로 보고서를 유출시켰다”며 “공문서 유출과 관련된 유착 관계와 위법 사실을 조사중”이라고 말했다.

▽여야 공방〓민주당 전용학(田溶鶴) 대변인은 21일 “한나라당은 경찰의 단순한 정보보고 내용을 정치공세 목적으로 가공해 마치 우리 당 인사가 ‘이용호 게이트’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악용했다”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권철현(權哲賢) 대변인은 이에 대해 “8월초 민주당 김홍일(金弘一) 의원이 제주도에서 정학모(鄭學模)씨의 소개로 우연히 여운환(呂運桓)씨를 본 적이 있다고 하는데 우연치고는 너무나 이상한 일”이라며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아들이라도 직접 조사해서 모든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면책특권 제한논란〓신승남(愼承男) 검찰총장이 19일 면책특권의 한계에 대해 언급한 데 이어 민주당 한광옥(韓光玉) 대표는 21일 기자회견을 갖고 “국회 정치개혁 특위에서 면책특권의 악용 등 이번 정기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국회제도의 문제점을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이를 현 정권의 부정과 비리가 더 이상 밝혀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반민주적인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문철·송인수·민동용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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