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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8일 18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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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 대통령은 “김정일 위원장이 위기를 수습하지 않고 지나치게 의심하고 비밀스럽다는 점에 실망했다”면서 미국과의 협상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와의 약속 이행도 거부하는 그는 도대체 알 수 없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북한이 휴전선에 집중된 재래식 병력을 후방으로 빼는 등 평화를 지지한다는 명백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며 “북한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전쟁으로 발이 묶여 있다고 오판해 경거망동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왜 이처럼 김 위원장을 불신하며 오판에 대한 경고를 했는지는 더 이상 설명할 필요조차 없다. 부시행정부가 출범한지 9개월이 다 되어 가지만 북-미관계는 전혀 진전이 없고 오히려 불신과 갈등의 골만 더 깊어지고 있다.
북-미관계가 악화된 데는 좀 더 적극적으로 폭 넓은 대북(對北)접근책을 취하지 않은 부시행정부에도 얼마간 책임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책임은 북한측에 있다. 왜 부시행정부가 제의해 오는 대화의 기회를 긍정적인 입장에서 적극 활용하지 못하는가. 왜 해오던 남북대화마저 중단하고 미국만 비난하는 등 애써 폐쇄적인 자세만 취하는가. 반(反)테러 정책을 보다 적극적으로 표명함으로써 테러국이라는 오명을 씻을 수 있는 기회가 왔는데도 왜 그렇게 하지 못하는가. 북한 내부에도 어려운 사정이 있겠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참 한심한 일이다.
또 정부는 남북대화와 북-미대화를 병행 추진하겠다며 한미(韓美)공조를 그렇게 강조했지만 그동안 이룬 것이 뭔가. 남북대화도 북-미대화도 제대로 되고 있는 게 없다. 부시 대통령의 이번 발언을 보면 북한에 대한 한미간의 시각차는 부시행정부 출범 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의 주장과 요구만을 의식하다 보니 일이 자꾸 틀어졌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최근 USA투데이지와의 회견에서 북한이 이산가족 방문계획을 연기시켜 매우 놀랐다고 했지만 북한의 그런 약속 위반이 어디 한두 건인가.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햇볕정책의 실상을 바로 보며 대북정책을 추진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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