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상봉 연기]북측이 말하는 '남한정세'란…

  • 입력 2001년 10월 12일 19시 28분


북한은 12일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연기 이유로 “남측의 삼엄한 분위기” “국가안전보장회의, 비상 국무회의를 통한 우리 군대의 동향에 대한 대책 논의” “대공포가 하늘을 겨누고 아차 하면 미사일이 발사될 수 있는 살벌한 경계태세” 등을 들었다.

정부와 군 당국은 북측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다분히 핑계거리를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9월11일 미국 테러사건과 8일 미국의 보복공격 직후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비상 국무회의를 열고 군 당국에선 위기조치반을 가동하고 전군에 대북 경계 강화조치를 내리는 등 긴박하게 움직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와 군 당국의 위기조치는 하루이틀에 그쳤고, 이후 지휘관을 통신축선에 대기토록 하는 등 ‘증강된 상황근무’ 체제만을 취해 왔다. 대응조치의 주안점도 주한 미대사관과 주한미군에 대한 경비 강화와 대테러부대 출동태세 등에 있었고 ‘방어준비태세(데프콘)’도 평시대로 유지해 왔다는 것.

군 당국은 이 같은 조치는 세계 정세에 민감한 한반도 안보환경을 감안하면 지극히 당연한 조치였다고 밝혔다.

1999년 코소보 사태 말기에 연평해전이 일어나기도 했기 때문에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정부 관계자는 “테러사태가 발생한 직후 정부가 다소 요란스러운 대응을 했다고 해서 북한이 기분 나쁘다고 느꼈을 수는 있다”며 “그러나 우리 군이나 경찰의 경계태세 강화로 남한 방문에 위협을 느낀다는 것은 억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북한이 미국 테러사건 등 외부 위기를 남북주민 접촉 중단의 명분과 체제 결속의 빌미로 이용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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