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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0월 11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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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통령은 후보가시화 시기를 묻는 질문이 나오자 “지난번 외부인사 이야기는 원론적인 입장을 말한 것이고 꼭 누구를 지목한 것은 아니었다”고 가볍게 대답한 뒤 ‘정기국회 후 후보가시화 시기 결정’을 언급했다.
6일 경향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 문호개방 방침을 밝힌 것은 ‘원론적 발언’이었지만 이날 후보가시화 시기에 관해 얘기한 것은 단순한 원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사실 김 대통령은 올 들어 모두 17차례나 언론사와 특별인터뷰를 가졌지만 후보가시화 시기문제에 관해 이처럼 구체적인 언급을 한 적은 없었다.
대부분의 경우 답변을 피하거나 “당헌 당규에 따라 당의 의견이 종합되면 그 결과를 보고 판단할 것”이라는 말 그대로 원론적인 얘기만 되풀이했을 뿐이다.
김 대통령의 발언은 또 여권 핵심인사가 최근 “대선후보 조기 가시화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할 시점이 됐다”며 “내년 2, 3월경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운을 뗀 직후에 나왔다. 따라서 여권 핵심인사의 내년 지방선거 전 후보 조기가시화론도 김 대통령과 사전교감을 거쳐 나왔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정황 때문인지 여권관계자들은 김 대통령의 이날 인터뷰가 ‘지방선거 전 후보 조기가시화’를 상정한 것이 아닌가 하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최근 들어 후보 조기가시화가 곧 대통령의 레임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김 대통령이 정쟁을 피해 대북정책과 경제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전판’이 될 수도 있다는 논리가 조금씩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연말쯤 (후보결정시기 문제를) 논의하는 게 적절하다. 지방선거 전에 후보를 내세우는 것이 도움이 되는지 조사해 보고 과학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있다. 어차피 연말쯤 되면 후보결정 시기문제가 수면으로 부상할 것이고 김 대통령은 그런 정치적 상황을 언급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은 지금 여러 상황을 저울질해 보고 있는 것일 뿐”이라며 “김 대통령의 언급을 지방선거 전 조기가시화로 단정하는 것은 성급하다”고 말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