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격돌 정국' 예고…이용호-박순석의혹 등

  • 입력 2001년 10월 3일 18시 39분


추석연휴는 끝났지만 여야가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엔 ‘적의(敵意)’가 가시지 않고 있어 10월 정국도 험난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9월 정기국회 국정감사 과정에서 ‘이용호 게이트’나 안정남(安正男) 전 건설교통부장관의 재산형성 의혹 등을 놓고 치열하게 주고받았던 공방의 열기가 여전한데다 10·25 재·보선을 앞둔 독전(督戰) 분위기까지 고조되고 있어, 정가엔 더욱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여야 모두 정부 정책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내년 양대 선거(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국 주도권을 쟁취하기 위한 ‘기(氣) 싸움’ 또는 ‘세(勢) 대결’ 차원에서 이번 정기국회를 바라보고 있어 대화와 화해의 접점을 찾기가 힘든 상황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대선전략을 위해 현 정권을 ‘실패한 정권’으로 만드는데 혈안이 돼 있다고 단정하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은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정권 재창출욕에 사로잡혀 야당의 비판을 외면하고 ‘오기(傲氣)’로 국정을 이끌어가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민주당은 10월을 한나라당에 의한 ‘유언비어 유포 국감’을 정리하는 기간으로 규정하고, 한나라당의 각종 폭로공세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을, 한나라당 주진우(朱鎭旴) 의원의 노량진 수산시장 매입시도 의혹과 같은 쟁점과 관련해서는 총공세를 결의하고 나섰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은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 및 특별검사제 도입을 주장하면서, 구속된 신안건설 박순석(朴順石) 회장과 여권 실세들의 관계를 집중 추궁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당장 8, 9일의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과 10∼16일의 국회 대정부질문을 통해 여야는 정면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어 10·25 재·보선에 이르러서 대결은 더 첨예화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권 일각에선 한광옥(韓光玉) 대표 체제가 출범하면서 내세운 여야 대화정국 복원을 위해 영수회담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없진 않지만 실현 가능성은 높지 않다.

9일 자민련 총재로 복귀하는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태도와 움직임도 10월 정국과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미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만나 정국의 장단기 현안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진 JP의 선택에 따라서는 정국이 또 다른 방향으로 요동칠 가능성도 있다. 벌써 10·25 재·보선에서의 2야 제휴설도 나돌고 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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