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총재-JP회동]손잡은 '한나라-자민련'

  • 입력 2001년 9월 18일 18시 40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 명예총재의 18일 회동은 지난해 7월 ‘밀약설’ 파문을 일으킨 골프장 회동 이후 약 1년2개월만으로, DJP공조 와해 이후 달라진 정국구도를 상징하는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회동 분위기〓두 사람은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단둘이 아침식사를 같이 하며 대화를 나눴다. 주요 당직자와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눈 인사말도 예전보다는 훨씬 따뜻했다.

이 총재가 “놀랍도록 건강해 보입니다”고 말하자, JP도 “놀라울 정도의 정력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고 받았다. JP는 또 “양당이 합치는 겁니까”라는 한 기자의 물음에 “영어로 좋은 말이 있다. Wait and see(기다려 봐라)”라고 말했다.

양당 실무자들은 두 사람이 도착하기 전 특수 장비로 식사 장소에 도감청 기기가 설치됐는지를 점검했다.

▽합의 내용〓두 사람이 식사 후 양당 대변인을 불러 구술한 합의사항의 핵심은 대북 정책과 언론사 조사 문제에 양당이 공조하겠다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북한에 돈을 퍼주는 것은 반드시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못박은 것은 국회에 계류중인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중에 양당이 공조해 처리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 개정안은 남북협력기금을 5억원 이상 사용하는 사업에 대해 국회 동의를 의무화하는 내용. 만약 개정안이 통과되면 정부의 대북 정책 추진에 상당한 제약이 가해질 것으로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언론사에 대한 세무조사와 검찰 수사를 국론 분열과 갈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규정한 것도 여권에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당 공조 전망〓합의 내용에는 ‘공조’라는 용어가 없다. 양당 대변인도 “두 분이 기조를 함께 한다”거나 “양당이 협력하는 것은 분명하다”는 표현에 그쳤다.

정책협의회를 구성하고 당직자들이 수시로 만나기로 한 데 대해서도 양당은 사안에 따라 협력 여부를 달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는 ‘JP와 손을 잡되 수구 보수 연대를 한다는 비난을 피해야 한다’는 이 총재의 생각과 ‘야당과 일단 제휴하되 여당과의 관계 개선 여지도 남겨 놓아야 한다’는 JP의 엇갈린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양정규(梁正圭) 부총재는 “한나라당과 자민련의 공조는 과거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야당 시절에 했던 대선 공조와 달리 정책 현안에 대한 선택적 공조”라고 성격을 규정했다.

<송인수·박성원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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