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웅의원 20일만에 단식 끝내…이총재-YS만류로 중단

  • 입력 2001년 9월 11일 18시 39분


언론사 대주주 구속 등에 항의해 20일간 단식농성을 해온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 의원이 11일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과 이회창(李會昌) 총재의 만류로 단식을 중단했다.

박 의원은 이날 오전 10시20분 휠체어를 타고 국회 문광위 국정감사에 참석했다가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로 돌아왔다. 이 총재는 “병원에 가서 가료를 받고 나중에 힘을 합쳐 싸우자”고 단식 중단을 권유했으나, 박 의원은 “어른(YS)을 뵌 뒤 결정하겠다”며 확답을 미뤘다. 20분 후 김 전 대통령이 도착했다. 그는 이 총재와 말 없이 악수한 뒤 박 의원에게 “굶으면 죽는다. 사람에 따라 사흘하고 죽는 사람도 있고, 열흘하고 죽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 뒤 “병원에 가자”며 박 의원을 부축해 대기 중이던 구급차 이동침대에 박 의원을 누였다.

박 의원의 침대가 구급차에 실리는 동안 이 총재는 김 전 대통령에게 다가가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김 전 대통령은 여전히 말 없이 악수만 했다. 그리고 잠시 후 인사말 한마디 없이 이 총재 앞을 지나 승용차에 오른 뒤 국회를 떠났다. 박 의원을 실은 구급차도 병원으로 향했다. 다음은 박 의원과 전화로 나눈 대화 요지.

-건강은 어떤가.

“20일째 되니까 정신이 혼미하고 팔 다리에 마비 증세가 온다. 그러나 국민의 격려 덕에 견딜 만하다.”

-단식을 마친 소감은 어떤가.

“언론 탄압 중단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 갔는데 현 정권이 반성과 변화가 없어 답답하고 안타깝다.”

-언론사 조사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되리라고 보나.

“이제부터 시작일 것이다. 비판 언론인 제거 등 인적 기반 파괴와 광고 구독 중단 등 경영 차원의 물적 기반 파괴가 이어질 것이다. 힘으로 밀어 붙이니 되는 듯 싶지만 결국에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갈 것이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언론탄압 분쇄 범국민 투쟁위를 만들어 싸울 것이다. 단식투쟁에서 가시적 승리를 거두지는 못했지만 투쟁의 계기는 만들었다고 본다. 언론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 아니냐. 모두 싸우면 반드시 승리하리라 믿는다.”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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