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 방북 이모저모]北 軍-외교관료 대거 배석

  • 입력 2001년 9월 4일 23시 10분


장쩌민(江澤民) 중국 국가주석은 방북 이틀째인 4일 김영남(金永南)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과 회담을 갖고 양국의 전통적인 혈맹관계를 확인했다. 중국과 북한, 외국의 주요 언론들은 장 주석의 방북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장 주석은 이날 김 상임위원장 및 홍성남(洪成南) 총리와의 회담에서 북한이 복잡다단한 국제정세와 수년간에 걸친 자연재해 속에서도 이를 잘 극복해 새로운 발전의 성과를 이끌어냈다며 북한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대해 홍 총리는 북한의 경제발전 상황을 자세히 소개하고 중국이 오랫동안 북한에 원조를 제공해온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평양발로 전했다.

○…장 주석은 회담을 마친 뒤 북한 최대 규모의 국립도서관인 인민대학습당을 돌아보고 교육도서와 설비를 기증했다고 중국 관영 CCTV가 4일 보도했다.

이어 장 주석은 모란봉구역의 우의탑을 찾아 명예위병대(의장대)의 화환진정곡이 울리는 가운데 화환을 증정하고 감상문에 “피로써 맺어진 중-조 친선은 만고에 길이 빛나리. 장쩌민 2001년 9월 4일”이라는 글을 남겼다.

그는 또 김일성(金日成) 주석의 생가인 만경대를 참관하고 이어 만경대소년궁을 찾아 학생들의 공연을 관람하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당초 4일 개최될 것으로 알려졌던 장 주석과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2차 정상회담은 5일 장 주석이 평양을 출발하기 전에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고 베이징(北京)의 정통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2차 회담이 4일 일정에 없는 듯하다”며 “그러나 김 국방위원장이 밤늦게 장 주석을 갑자기 찾아 회담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3일 있은 김 국방위원장과 장 주석의 확대정상회담에 참석한 대부분의 북측 인사가 군부와 외교관료인 것으로 알려져 눈길.

4일 북한 관영 중앙방송에 따르면 북측 참석자는 김 상임위원장, 조명록(趙明祿)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 김영춘(金英春) 군총참모장, 최태복(崔泰福) 당중앙위 비서, 강석주(姜錫柱) 외무성 제1부상, 지재룡 당중앙위 국제부 부부장, 최진수 중국주재 북한대사 등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이 정치와 외교협력에 큰 비중이 두어졌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 장 주석의 방북을 ‘대미 협상용’이라고 규정하고 실제 목적은 다음달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반도 문제에 관한 발언권을 강화하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이날 장 주석의 방북 목적은 김 국방위원장에게 미사일 개발 프로그램을 유예하도록 설득해 미국이 추진하는 미사일방어(MD) 계획과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 탈퇴에 대한 반대 근거를 확보하는 한편 식량원조를 통해 탈북 난민을 막아보자는 것이라고 풀이.

러시아의 일간지 브레먀 노보스테이는 4일 “장 주석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이 남북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것은 한반도의 안정을 원한 중국이 북한에 ‘우호적인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정미경·김영식기자·베이징〓이종환특파원>ljh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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