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제도 '大改革' 물꼬

  • 입력 2001년 7월 19일 18시 47분


헌법재판소가 현행 선거법의 전국구 의원 의석 배분 방식에 대해서는 위헌, ‘1인 1표제’에 대해서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림으로써 정치권은 선거제도에 대한 전반적인 재정비의 과제를 떠안게 됐다. 또 정치권이 헌재 결정을 그대로 수용, 선거법을 고칠 경우 전국구 공천헌금 등 우리 정치의 고질적인 관행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았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다음 국회의원 총선은 차기 정권이 출범한 뒤인 2004년에 치러지기 때문에 그 때까지 여야가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의 선거법에 합의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하지만 현재 논의되고 있는 정당명부식 1인 2투표제로 가닥이 잡힌다면 지금처럼 한 정당이 특정 지역을 ‘싹쓸이’하는 지역 구도가 완화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16대 총선 직전 정당명부식 투표를 통해 전국구 후보를 결정할 경우, 예컨대 영남지역에서도 30%의 의석을 획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또 현행 소선거구제의 변화 가능성과 함께 신생 정당의 출현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선거구제 문제는 향후 정계 개편 논의의 한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나라당이 헌재 결정 직후 “1인 2투표제가 될 경우 표가 분산돼 군소정당이 난립하게 될 것이다”고 우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비례대표 어떻게

헌재의 위헌 결정에 따라 정치권은 비례대표제의 대대적 손질을 위한 작업에 나설 수밖에 없게 됐다. 일각에서는 차제에 문제 많은 비례대표제를 아예 없애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헌법이 비례대표제를 둘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다, 소수자 배려와 직능대표성 확보 등의 이유로 비례대표제를 존속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다수다.

투표 방식과 관련해서는 한정위헌 판결이므로 ‘1인1표제’를 유지하는 가운데 다른 방안을 모색하자는 견해도 없지 않으나, 현실적으로는 정치권이 16대 총선 이전에 논의했던 ‘1인2표제’를 중심으로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크다.

여러 가지 ‘1인2표제’ 방식 중에도 여야가 한때나마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았던 ‘권역별 정당명부제식 비례대표제’가 논의의 중심틀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보다는 권역별로, 비례대표후보 자체에 대한 투표보다는 정당명부제식이 지역구도 극복 등의 큰 취지를 살리기 위한 현실적인 안이라는 주장이 우세한 편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동안 정당명부제에 대해 △군소정당 출현으로 인한 야당의 위상 훼손 △연합공천 위력 극대화 △영남권 기반 일부 훼손 등의 이유로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온 한나라당이 얼마나 적극성을 보일지가 협상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솔직히 야당엔 불리한 제도이나 다음 총선이 내년 대선 이후에 치러질 것이므로 굳이 거부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내년 6월로 예정된 4대 지방선거 중 광역의원 선거의 경우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어 당장 관계법에 대한 손질이 불가피하다. 민주당 정치개혁특위위원장인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광역의원 비례대표제를 위헌으로는 생각할 수 없지만, 제도를 바꾸는 문제를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탁금 제도는 어떻게

기탁금 제도란 공직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관할 선거관리위원회에 후보 등록을 할 때 일정 액수의 돈을 기탁했다가, 선거 후 득표 정도에 따라 되돌려받거나 국고에 귀속되는 제도를 말한다. 이는 후보자의 난립을 막고 공직 후보자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

헌재의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법 조항은 공직선거법 중 국회의원 관련 조항에 국한되지만, 이번 위헌결정 정신을 충분히 살리기 위해서는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관련 조항도 함께 개정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분위기다.

그러나 기탁금 제도 자체가 없어지지는 않고, 기탁금 액수와 반환 기준을 낮추는 선에서 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중앙선관위의 한 관계자도 “헌재가 기탁금의 효용성은 인정한 전제 위에서 액수와 반환기준을 문제삼았으므로 이를 조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현행 법조항이 만들어지기 직전의 기탁금 관련 규정이 유효한 준거 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회의원의 경우 기탁금 액수나 반환 기준이 종전보다 2배 강화됐으므로 일단 현행 법조항의 절반 정도 수준에서 여야 협의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박상천 최고위원은 “돈이 없는 사람은 국회의원에 출마하기 힘들다는 논리의 현행 기탁금제도는 잘못”이라며 “외국에도 이런 규정을 두고 있지만 우리는 과다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문철윤종구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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