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결국 파행]여야 다시 극한상황 치닫나

  • 입력 2001년 5월 1일 01시 45분


30일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와 이근식(李根植)행정자치부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 처리 문제가 ‘개표 중단’이라는 형태로 무산됨에 따라 5월 정국 또한 여야의 불신과 반목으로부터 출발할 것으로 보인다.

대우차 노조 과잉 진압 사태로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노동계의 춘투 등 그렇지 않아도 악재가 많은 상황에서 해임건의안 파문은 5월 정국을 더욱 가파르게 할 것이 틀림없다. 일단 한나라당이 소집요구서를 제출한 5월 임시국회 개최 여부를 놓고 여야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는 이날 개표 중단 후 일단 안도하는 표정이어서 정국이 극한 상황으로까지 치닫지는 않을 수도 있다. 민주당의 한 당직자는 이날 여야의 전략을 ‘윈―윈(Win―Win) 게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나라당도 정치 공세 효과를 충분히 거두지 않았느냐는 얘기였다.

민주당 당직자들은 여야 총무회담 합의대로 해임건의안 표결에 참여해 국회법 절차에 따라 처리하는 모양새는 갖추되, 민주당과 자민련의 대다수 의원들이 기권하는 공동여당의 시나리오는 일찍부터 결정돼 있었고, 한나라당도 이를 모르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장전형(張全亨)부대변인은 “솔직히 말해 한나라당은 속으로 쾌재를 부를 것”이라며 “여권이 정치 공세에 불과한 해임건의안 표결까지 받아줌으로써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당내 결속력을 과시하는 계기가 됐을 뿐만 아니라 무소속인 김용환(金龍煥), 강창희(姜昌熙)의원의 한나라당 동조라는 ‘부수입’까지 얻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권철현(權哲鉉)대변인은 표결 중단 상태에서 긴급소집된 총재단 회의 직후 공동여당의 행동을 ‘국민기만극’이라고 성토했다. 그는 또 “경제도 무너지고 민주주의도 함께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 퇴진도 신중히 생각해봐야 할 때”라고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그러나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국민기만극’을 성토하는 한나라당의 태도가 말처럼 그렇게 원색적이지는 않다. 여야 일각에서는 “(이번 임시국회의 막판 파행은) 어차피 예정된 푸닥거리 아니었느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김창혁기자>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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