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법안-총리해임안 표결]野 "백지-공개투표 할라"

  • 입력 2001년 4월 30일 19시 01분


여야 3당은 30일 개혁법안과 국무총리 및 행정자치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앞두고 밤늦게까지 줄다리기를 벌였다.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의 김중권 대표(왼쪽 두번째)

▽총무 회담〓이만섭(李萬燮)국회의장실에서 만난 3당 총무들은 얼굴을 마주하자마자 안건 처리 순서 문제를 놓고 입씨름을 벌였다.

일부 언론에 총무들 사이에 국가인권위원회법안, 총리 해임안, 부패방지법안, 행자부장관 해임안 순으로 표결처리키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보도된 데 대해 한나라당 정창화(鄭昌和) 총무가 “자민련 이완구(李完九) 총무가 그런 제의를 하기에 우리가 거부했는데 왜 이런 보도가 나오느냐”고 항의, 언쟁이 시작됐다.

3당 총무들은 결국 이만섭 의장의 중재로 인권위법안, 총리 및 행자부장관 해임안, 부패방지법안의 순으로 표결처리한다는 데 합의했으나 정 총무는 합의 후에도 “요즘 젊은 사람들은 걸핏하면 나이 든 사람에게 뒤집어씌운다”고 푸념했다.

▽표결 논란〓총무들은 그러나 합의서를 발표하면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처리한다’는 합의 문구에 대해 서로 다른 해석을 했다.

정 총무는 “이는 여당이 표결에 불참하거나 퇴장, 또는 백지투표 등의 부적절한 투표 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주장했으나, 민주당 이상수(李相洙) 총무는 “그것은 합의사항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이완구 총무 역시 “투표행위의 해석에 대해 타당이 간여할 수 없다”라고 거들어 해임안 표결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운데)가 보고를 받고 있다

▽신경전〓이만섭 의장과 총무들은 이어 국회 의원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며 저마다 페어 플레이를 다짐했다.

그러나 식사 후 이완구 총무가 이상수 총무에게 “우리끼리 따로 협의 좀 하자”고 말하자, 정 총무는 “불법 투표 모의를 하려고 그러느냐”고 다시 시비를 걸었다.

이에 이완구 총무가 “한나라당이야말로 지난번 돈세탁법 때처럼 합의사항을 번복하지 말라”고 대꾸하자, 정 총무는 멋쩍은지 “이번 협상이 내 임기 중 마지막 협상인데 의원들이 그러기야 하겠느냐”며 물러섰다.

▼한나라 감시조 편성 3與도 총동원령▼

▽상대 감시〓한나라당은 의총에서 해임건의안 표결 때 여당 의원들의 비정상적 투표를 저지하기 위한 감시조를 편성하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총무단은 여당 의원들이 백지 투표 또는 공개 투표를 할 경우 등을 상정해서 도상 훈련을 실시하기도 했다.

정창화 총무는 의총에서 “표결 도중에는 본회의장 뒤쪽의 커피 마시는 장소 밖으로는 떠나지 말아달라”며 행동지침을 내린 뒤 “우리 당은 모두 ‘가’라고 쓰면 된다”고 표결 방법까지 설명했다.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 여 3당은 수시로 총무단 접촉을 갖고 해임안 부결 방안을 협의했으나 본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는 철저히 함구했다.

▽총동원령〓재적 의원 273명의 여야 의석 분포는 민주당(115석) 자민련(20석) 민국당(2석) 등 여 3당이 137석으로 한나라당(133석)보다 4석 많은 상태. 이 때문에 여야는 소속 의원을 모두 대기시키고 표대결에 대비했다.

특히 여 3당은 와병 중인 민주당 이원성(李源性)의원은 물론, 이한동(李漢東) 국무총리를 비롯한 3당 소속 국무위원 7명이 모두 5분 내에 표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준비시켰다.

한나라당 역시 총무단이 소속 의원들의 소재를 일일이 점검하면서 출석을 독려했다.

<김정훈·윤종구기자>jngh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