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총선 1년]개혁은 간데 없고…정치 불신만 가득

  • 입력 2001년 4월 13일 18시 31분


《지난해 4·13총선을 치르면서 분출됐던 국민의 개혁 열망이 1년만에 정치권에 대한 극도의 실망과 분노로 바뀌었다.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으로 불붙은 ‘바꿔 열풍’ 속에 치른 4·13 총선은 당선자 273명 중 40%가 넘는 111명이 새 인물일 정도로 ‘정치가 달라져야 한다’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은 상태에서 치러진 선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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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직후 ‘4·24’ 영수회담에서 국회 정치개혁특위와 여야 정책협의체를 구성키로 합의한 것도 이런 민심에 떠밀린 것이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현재 국민의 정치불신은 오히려 심화됐다. 동아일보가 최근 실시한 ‘국민체감지표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93.3%가 ‘국회가 잘못하고 있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도 국회가 파행을 거듭하면서 국민은 더더욱 정치를 외면했다. 여야는 ‘상시 국회’를 약속하고 300일 가량 국회 문을 열어놓았지만 이중 절반은 정쟁으로 인한 개점휴업 기간이었다.

정치개혁 또한 제자리걸음을 계속했다. 여야 합의로 구성된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8개월간 표류하다 1월8일에야 첫 회의를 열었으나,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으로 소일하느라 지금까지 개혁안을 단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

시민 사회단체 연대회의가 13일 산하에 ‘정치개혁특별위원회’를 구성, △정치자금 투명성 확보운동 △의원 전원에 대한 의정활동 평가 발표 △선거법 정당법 정치자금법 개정운동을 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지지부진한 정치권의 자체개혁을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金石洙) 사무처장이 “정치권 스스로의 개혁 역량이 부족함이 입증됐다”며 “시민단체들이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취지다.

자체개혁엔 소홀한 정치권이 과연 교육 의료 언론개혁 등 우리사회의 총체적 개혁을 외치고 추진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도 많다. 이같은 지적은 특히 국정운영에 1차적 책임이 있는 여권을 향하고 있다. 야당 또한 생산적 정치를 기대할 게 별로 없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그런데도 이날 여야의 ‘총선 1년’ 평가는 진지한 반성은 없이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전가하는데 급급했다.

민주당은 “(우리도) 국민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인정하면서도 “한나라당은 원내 1당으로서 지난 1년간 변화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데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한나라당은 “그러나 여권은 세계사에 유례없는 의원임대차 기만극으로 ‘DJP 야합’을 복원하고 권력 나눠먹기에 의한 3당 야합까지 하는 등 민의를 위배한 완력정치에 몰두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민대 윤영오(尹泳五·정치학) 교수는 “여야가 개혁을 놓고 경쟁하는 게 아니라 차기정권의 추이를 의식하며 상대방 흠집내기에 몰두하는 네거티브 게임을 벌이고 있다”며 “이것 자체가 반개혁적 행태”라고 지적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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