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총재 연설 전문

  • 입력 2001년 4월 3일 10시 19분


1. 국민의 고통이 너무나 큽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회의장과 국회의원 여러분!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여러분!

얼마전 저는 어느 무료급식소를 방문한 일이 있었습니다.

줄을 서서 배식을 받던 수많은 실직자 중에 신문지로 얼굴을 가린 한 중년남자의 모습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습니다.

얼굴 보이기를 꺼려한 그는 아마도 어엿한 직장을 가진 가장이었을 것입니다.

이제 직장을 잃고 가족을 떠나 무료급식으로 허기진 배를 채워야 하는 그에게 지금 무슨 희망이 있겠습니까? 그에게 이 나라는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국민 여러분!

지금 이 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습니까?

민생과 경제, 의료와 교육, 그리고 외교와 남북관계, 그 어느 곳 하나 성한 곳이 없는, 그야말로 국정 전반의 위기입니다.

수십년 동안 국민의 피땀으로 쌓아온 것이 지난 3년 만에 무너지고 있습니다.

갈수록 살기가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실업자는 다시 100만명을 넘어섰고, 노숙자는 늘어만 갑니다.

소득도 줄고 은행이자도 줄어드는데, 물가, 세금, 전세 월세, 보험료, 등록금은 모두 오르기만 합니다. 이런 형편인데 정부는 부실재벌의 생명을 연장하는 데 막대한 국민의 돈을 쓰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사는 서민들과 직장인들, 은행에서 돈 한푼 빌리기 어려운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은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습니다. 이 나라가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고통받는 민생의 현장을 보면서 저는 정치지도자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움과 깊은 자괴감을 금할 수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이 나라가 더 이상 이런 모양으로 가서는 안됩니다.

이런 식의 혼란과 국가운영으로는 우리는 21세기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변해야 합니다.

국정의 일대 혁신이 요청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국정운영의 기본원칙과 틀을「국민우선」에서 찾아야 합니다.

국민들은 민생과 경제를 위한 국정쇄신을 원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민심을 외면했습니다.

지난 주 개각을 본 국민들은 너무 실망했습니다.

민생과 경제를 걱정하는 마음은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 이것이 국정쇄신을 목마르게 기다리던 국민에 대한 이 정권의 오만한 대답이었습니다.

저는 진심으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간곡히 부탁합니다.

대통령은 제발 오기의 정치를 버리고, 정파적 위치를 떠나 '국민우선의 길'로 나오기 바랍니다.

지금이라도 김대통령이 정파를 초월해서 국정에 전념하겠다면 저와 우리 당은 적극 협력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는 바입니다.

2. '국민우선'은 우리 정치가 가야 할 길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국민우선의 정치'는 우리 당이 추구하는 정치의 기본철학이며, 이 나라를 근본적으로 바꾸어 놓을 원동력이 될 것입니다.

국민우선의 정치에서 국정운영의 원칙은 단기적, 정치적 효과에 매달리지 않고 장기적 안목으로 국민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국민 우선의 정치는 정권을 강하게 하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강하게, 이롭게 하는 정치입니다.

김대통령이 추구하는 '강한 정부'는 정권을 위한 대안이 될지는 몰라도, 결코 국민을 위한 대안은 될 수 없습니다.

국민우선의 정치는 '강한 정부'가 아니라 '강한 국민'을 약속합니다.

국민이 강해지는 정치는 '법의 지배'가 확립되고 정의에 부합하는 '법과 원칙'이 정착되어야 가능합니다.

국민 우선의 정치는 진정한 법과 원칙이 바로 선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국민 우선의 정치는 국민의 안정과 안심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정치입니다.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리는 위험한 정치는 결코 국민우선의 정치가 아닙니다.

국민우선의 정치는 국민에게 떳떳이 책임지는 정치입니다.

정책실패의 책임을 국민에게만 떠넘기는 정치는 국민우선의 정치가 아닙니다.

3. 의약분업, 국민의 입장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준비 안된 의약분업과 의료보험통합 때문에 보험재정은 파산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올 한해만 해도 6조원이 될지, 그 이상이 될지 모르는 엄청난 적자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국민의 건강을 위한다는 의약분업이 국민에게 고통만 주고 국민을 더 가난하게, 더 불편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보험료와 의료비 지출이 서민가계에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국민의 입장에 서서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대안을 찾기 위해서는 어디에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 그 실상부터 알아야 합니다.

보험재정의 파탄에 대해서 정부는 원인분석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적자가 얼마나 될 것인지 예측도 못하고 있습니다.

실상도 모르고 예측도 못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또 미봉책을 동원하려 합니다.

국민을 생각하지 않고 정권의 체면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작은 정책으로 큰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도대체 의약분업이 무엇이길래 이 정권은 의약분업에서 단 한걸음도 물러설 수 없다는 말입니까?

의약분업과 보험통합은 조금도 건드리지 않겠다는 고집스러운 태도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는 의료보험 재정파탄에 대해 엄밀한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국정조사를 통해 문제의 실상을 파악하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해서 대안을 마련하고 책임자를 가려야 합니다.

국민과 이해당사자, 정책당국이 모두 참여하는 '의료제도 개선을 위한 국민토론'의 마당을 여야 공동으로 열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할 것을 제안합니다.

그리고 그 대안을 모색함에 있어서는 국민우선의 원칙에 따라 모든 것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합니다.

의약분업과 의료보험통합의 문제에 관해서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는 종합적 대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4. 교육문제, 21세기를 준비하는 백년대계를 세워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

이민을 신청했다는 어느 학부모는 이렇게 호소했습니다.

"정권이 바뀌고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을 개혁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도대체 뭘 개혁했다는 말이냐. 한달에 170만원 벌어 삼남매의 과외비 75만원을 지출하고 나면 매달 적자에 허덕인다."

지금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 사교육비 지출은 서민가계에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렵게 학교를 졸업해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학생과 학부모를 더욱 좌절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6개월에 한번씩 장관이 바뀔 때마다 교육정책을 흔들어대니, 정책의 일관성, 예측가능성 같은 것은 애당초 기대할 수가 없습니다.

대학입시제도가 매년 바뀌고, 수능시험을 둘러싼 혼란과 불만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왜 우리 국민들은 '좋은 교육을 받을 권리'마저 박탈당해야 하는 겁니까?

이런 교육으로는 21세기가 원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없습니다.

공교육의 정상화가 국가의 최우선과제가 되어야 합니다.

국민이 신뢰할 수 있는 공교육은 그 자체로서 중요할 뿐 아니라, 균등한 교육기회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효과적인 소득분배정책이 될 것입니다.

저는 공교육 정상화를 목표로 교육백년대계를 준비하기 위해 우리 사회의 모든 역량을 결집할 수 있는 중립적, 전문적 기구로서 '21세기 국가교육위원회'를 상설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 기구는 우리 교육의 철학과 내용, 그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는 열린 마당이 되어야 합니다.

교육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교육제도를 만드는 장이 되어야 합니다.

인성과 창의력이 교육의 중요한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주입식 암기 위주의 교육을 지양하고 산 지식을 가르치는 교육이 되어야 합니다.

초등학교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달아야 합니다. 준법이 무엇이고, 공정성이 무엇이며, 사회정의가 무엇인지를 우리는 어린이들에게 가르쳐야 합니다.

교원의 명예와 사기를 높일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합니다.

교원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우수교원을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합니다.

대학입시는 대학의 자율에 맡기고, 정부 역할은 꼭 필요한 감독으로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교육재정은 교육정책의 목표와 우선순위에 맞게 확충되고 조정되어야 합니다.

5. 서민경제와 지방경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국민 여러분!

저는 최근 지방에 갈 때마다 깊은 좌절감을 느낍니다.

너무나 어려워진 지방경제와 서민경제의 실상을 보면서 이대로 가면 정말 큰일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방 건설업을 회생시키기 위한 SOC투자 확대, 지방 중소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원대책이 시급합니다.

또 재래시장에 다시 손님을 유치할 수 있는 방안도 강구해야 합니다.

전세 월세대란이 서민생활을 크게 위협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수급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임대주택의 공급을 확대하고, 전세와 월세의 정확한 시장정보를 세입자들에게 알려야 할 것입니다.

소득은 줄고 빚은 늘어만 가는 서민금융의 문제도 심각합니다.

가계부채가 300조원에 이르고, 수많은 신용불량자와 개인파산자가 턱없이 높은 이자의 사금융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개인파산자들의 경제적 갱생을 도모하는 방향으로 파산제도의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소규모 신용불량자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장기저리 융자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제역과 광우병 파동으로 수많은 축산농가와 식당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는 정확한 실상을 파악해서 축산농가와 식당의 파탄을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지원대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합니다.

6. 현대사태, 이런 식으로는 경제위기를 예방할 수 없습니다.

국민 여러분!

지난 3년간 이 정권의 경제정책은 경제를 바로 세우기는 커녕 우리 경제를 위태로운 상황에 빠뜨리고 말았습니다.

구조조정이 잘못되어 성장의 원동력을 잃어버린 이런 경제로는 도저히 새 일자리를 창출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 돈 수백조원을 쏟아붓고도 우리 경제가 좋아진 것이 없다면,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정책 아닙니까?

막대한 자금이 거대한 부실기업의 생명을 연장시키는 데 동원되고 생산적인 곳에는 투자될 돈이 없습니다.

이런 정책 때문에 우리 경제의 구조적 불안은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미국과 일본 경제의 불황으로 국제금융시장이 불안하게 되면, 구조적으로 취약한 우리 경제가 냉혹한 국제금융시장의 祭物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 심각한 경제불안의 중심에 바로 현대사태가 있습니다.

작년 봄부터 저와 우리 당은 현대문제를 조기에 해결하지 않으면 우리 경제가 조만간 위기에 봉착할 것이라고 수차 경고했습니다.

'올바른 구조조정이 전제되지 않은 경기부양'은 거품만 만들어 우리 경제를 위태롭게 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우리 야당의 경고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할 상황이 이미 벌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1년간 이 정권이 수차 말을 바꿔가면서 현대의 4개 부실계열사에 지원한 금액만 해도 무려 12조7300억원입니다.

정확한 실사도 한번 하지 않고 최근에는 현대건설에 2조9000억원을 출자한다는 결정까지 했습니다.

그것도 모자라 이제는 금강산관광에 선상카지노와 면세점까지 차려준다고 합니다.

이 사태를 보고 지금 국민들은 너무나 허탈한 심정입니다.

지난 3년간 구조조정으로 일자리를 잃은 수많은 실업자들은 지금 어떤 심정이겠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지금 정부는 '시장 중심의 상시적 구조조정'이라는 말로 국민을 호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업구조조정의 원칙은 이미 무너졌고,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는 경제위기를 예방할 수 없습니다.

저는 현대의 일부 부실계열사에 대한 정부의 특혜금융과 관련하여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합니다.

이제 현대사태는 단순히 일개 사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조정의 원칙과 우리 경제의 대외신인도에 직결된 문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현대건설에 대한 정확한 실사결과가 발표되기 이전에는 출자전환을 포함한 그 어떤 특혜금융도 성급하게 결정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여러분!

현대의 부실 때문에 이제 또 공적자금을 얼마나 더 쏟아넣어야 할지 막막한 실정입니다.

지난 1월 무산되었던 공적자금에 대한 청문회를 더 늦기 전에 엄정하게 실시해야 합니다.

이미 사용된 150조원 뿐만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더 소요되는지를 파악하고, 불법행위와 정책실패를 밝혀내고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7. 언론탄압을 위해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를 정치도구화하는 것은 국가적 손실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이 정권의 언론탄압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검찰, 국정원까지 동원되어 각종 조사와 계좌추적을 하고 개인의 사생활까지 들춰낸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그 목적이 언론 길들이기라는 사실은 대다수의 국민이 다 알고 있습니다.

우리 역사상 그 전례가 없던 신문과 신문의 갈등, 방송과 신문의 갈등을 지금 국민들은 불안하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정권은 갈등을 봉합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부추기고 있습니다.

언론자유를 억압하려는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공권력을 남용하는 것은, 그것이 아무리 법적 근거를 갖더라도 법치주의에 위배되는 것입니다.

지금 가장 걱정되는 것은 권력이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것이지만, 그에 못지 않게 걱정되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과 같은 국가기관의 정치적 예속화입니다.

공평과세와 자유시장경제의 파수꾼 역할을 해야 할 국세청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언론탄압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는 것은 국가를 위해서 큰 손실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언론의 자유는 바로 우리 자신의 자유입니다.

우리는 성숙한 민주주의를 위해 언론의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8. 대북정책과 외교정책을 재점검해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한미관계가 불안하고 남북관계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지난 3월 7일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확인한 것은 다행이지만, 대북인식에 적지 않은 차이가 있다는 사실도 분명히 드러났습니다.

북한을 어떻게 보느냐가 대북정책의 출발점입니다.

대북인식이 다를 때 정책조율은 대단히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는 한미관계에 아무 문제도 없다고 낙관하고 있습니다.

아직 미국의 대북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마당에 너무 비관적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히 드러난 인식 차이를 애써 부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저와 우리 당은 그 동안 일관되게 현 정부의 대북인식의 안이함을 지적해 왔습니다.

최근 북한의 대외정책에 일부 변화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북한의 군사우선 정책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군사적 위협이 오히려 증가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대화와 접촉을 통해 북한의 실질적 변화를 유도해 나가되, 이와 동시에 철저한 안보태세와 확고한 억지력을 유지해야 합니다.

남북간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신뢰를 구축해 나가되, 모든 조치들은 "믿되 검증하라"는 말처럼 철저하게 검증되어야 합니다.

북한의 경제난 해소를 위해 협력해 나가야 하지만, "경제를 돕되 평화를 얻는다"는 전략적 상호주의가 지켜져야 합니다.

대북지원이 군사적 용도로 전용되지 않도록 투명성을 요구하는 것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부는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을 보는 기본시각을 비롯해서 대북정책 전반을 되돌아보고 재점검하기를 다시 한번 촉구합니다.

국민 여러분!

최근 남북관계가 소강상태에 빠져들고 있습니다.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은 연일 미국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제5차 남북 장관급 회담을 일방적으로 무산시키고,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 남북단일팀을 파견키로 했던 합의마저 파기했습니다.

이런 무책임한 언동은 남북관계나 북미관계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고 한반도에 다시 긴장이 고조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진정으로 변해야 합니다. 약속을 지키고 합의를 성실히 이행해야 합니다.

핵·미사일을 비롯한 대량파괴무기 문제를 해결하고 군사우선 노선을 수정하여 국제사회의 우려를 해소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북한의 경제난도 타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고 북미관계도 진전될 수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한반도 문제를 풀어가는 데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한미공조입니다.

우리는 긴밀한 한미공조를 바탕으로 북한을 설득하고 주변국과 국제사회의 건설적 역할을 유도해야 합니다.

긴밀한 한미공조를 유지하는 데 있어서 관건은 한미간의 신뢰입니다.

국가관계에서도 신뢰는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신뢰관계에 틈이 생기면 원활한 공조는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직후 "이제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렇다면 지난 반세기 동안 한반도의 전쟁억제를 위해 주둔해온 미군도 이제 더 이상 필요없다는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미정상회담 직전 벌어졌던 국가미사일방어(NMD)체제 소동도 우리 정부의 원래 의도가 무엇이었든 양국간 신뢰를 손상하기에 충분한 것이었습니다.

편리한 대로 말을 바꾸거나, 말과 행동이 달라서는 국가간 신뢰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정부는 동맹관계에 걸맞는 솔직한 대화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양국간 신뢰를 복원해 나가야 합니다.

미국의 부시행정부도 한반도 문제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는 한국인만큼 대북정책에 대한 한국의 입장을 경청하고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부시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정세에 큰 변화가 몰아닥치고 있습니다.

미국은 미사일방어망 구축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해외주둔 미군전력에 대한 전면적인 재평가에 들어갔습니다.

군사전략의 주무대를 유럽에서 태평양으로 옮기는 새로운 전략개념도 검토하는 중입니다.

외교관 맞추방으로 미국과 러시아가 갈등을 빚고 있고, 대만에 대한 무기 판매로 미국과 중국 사이에 긴장이 감돌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의 도전에 정부는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햇볕정책에 대한 지지 확보가 우리 외교의 유일한 목표인 것처럼 행동하는, 단순하고 근시안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한국외교의 방향과 안보전략에 대한 분명한 비전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냉철한 현실인식을 바탕으로 장기적 외교목표와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동북아라는 험난한 場에서 우리 민족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정권의 업적이 아니라 국가와 민족의 장래를 내다보는 외교를 수행해야 합니다.

9. 국민의 힘으로 국가혁신에 나서야 합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지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앞날에는 두 개의 대한민국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절망하는 나라,

수십년간 피땀으로 쌓아온 것을 3년만에 모두 무너뜨리는 나라,

국가의 의사결정이 권력의 독선으로 이루어지는 나라,

정책이 실패해도 정부는 책임지지 않고 국민만 고통받는 나라,

법과 원칙이 실종되고 언론의 자유가 억압받는 나라, 정부는 강하고 국민은 약한 나라,

그런 나라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대한민국입니다.

그러나 국민 여러분!

우리 앞에는 분명히 또 다른 대한민국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민이 우선하는 나라, 법과 원칙이 살아 숨쉬는 나라,

검찰이 국민의 편에 서는 나라, 활기찬 시장경제가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는 나라, 단 한푼이라도 국민의 돈을 헛되게 쓰지 않는 나라, 빈틈없는 안전망으로 우리 사회의 낙오자를 구제하는 나라, 출신에 상관없이 성실한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는 나라, 이것이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입니다.

지금 이 나라가 이대로 가면 위기와 불안의 대한민국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의 소중한 대한민국이 그렇게 가서는 안됩니다.

물론 우리가 꿈꾸는 대한민국을 건설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위정자들이 국민 앞에 정직하고 원칙을 지키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국민들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저와 우리 한나라당은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하고자 뜻을 같이 하는 모든 국민들, 이 정권이 만들어 놓은 위기와 불안의 대한민국이 진정으로 바뀌기를 원하는 모든 사람들과「국민대연합」을 이루어나갈 것입니다.

저는 지난 5년간 정치에 몸을 담고 있는 동안 권력의 음모나 공세를 두려워해 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두려워하는 것은 국민이고 민심입니다.

저와 우리 당의 '국민우선의 정치'가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참여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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