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이산상봉]국군포로 남측가족 '속앓이'…탄광등서 고생

  • 입력 2001년 2월 28일 19시 03분


‘선명하게 대비되는 삶의 모습.’

69년 피랍된 대한항공기 여승무원 성경희씨와 서울에 온 북측 상봉단 등 일부 북한 주민의 모습에는 삶의 여유를 엿볼 수 있었던 반면 평양에서 만난 국군 포로 출신들은 너무나 거친 모습을 하고 있어 가족들이 못내 가슴아파하고 있다.

국군포로 출신 손원호(75) 김재덕씨(69)를 만나고 돌아온 남측 동생들은 28일 김포공항에서 “형님들이 북한에서 고생을 하고 계시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손씨를 만나고 온 동생 준호씨(68·경북 경주시)는 “형님과 조카 2명(손영락, 손정락) 모두가 탄광에서 일한다고 들었다”며 “형님 손을 잡는 순간 손이 너무 거칠어 마음이 아팠다”고 안타까워했다.

준호씨는 “형님 가족들을 위해 운동화와 파카, 내의 등을 선물했으며, 형님으로부터는 술과 꿀, 가족사진 등을 선물로 받았고 서로 주소를 교환했다”면서 “건강해 보였으나 다리가 불편해 보여 마음이 아팠다. 형님께 부모님의 제삿날을 가르쳐 드렸더니 눈물만 쏟으셨다”고 전했다.

준호씨는 다른 국군포로의 생존과 현황에 대해서는 “형님 입장이 곤란할 것 같아 아예 물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재덕씨를 만나고 돌아온 동생 재조씨(65)도 “형님께서 나이가 들어서인지 처음에는 나를 못 알아봐 마음이 아팠다”면서 “형님께서는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면서 고향에 가서 어머님을 만나면 통일이 돼 만나뵐 때까지 건강히 살아계시라는 말을 전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형에게 반지와 내의를 선물했다는 재조씨도 “형님과 서로 지나온 얘기만을 나눴을 뿐 국군포로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위용·성동기기자>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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