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와 부시정부]대북관계 채찍·당근 병행

  • 입력 2001년 1월 18일 18시 40분


콜린 파월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17일 자신의 인사 청문회에서 밝힌 차기 행정부의 대한반도정책 방향은 예상보다는 부드러운 것이었다.

파월 지명자는 “한국이 추구하고 있는 역사적 화해를 지지하며 촉진되도록 도울 것”, “북한이 북―미 기본합의(제네바합의)를 준수하는 한 우리도 지킬 것”이라고 밝혀 현재 진행중인 남북대화와 빌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포용정책에 대해 긍정적, 신축적 시각을 보였다.

그러나 그는 차기 행정부의 대북정책 추진방향에 대해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그는 “북한이 정치 경제 안보상의 우려를 시정해야 포용절차를 수용할 수 있다”, “(북―미관계 개선과 관련해) 북한과 협상이 타결돼도 검증이 절대 보증돼야 하며 미국이 정말 좋은 거래라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와 부시정부 분야별 점검
- '대북정책 시금석'의 향방
- 파월 발언/대북관계 채찍·당근 병행
- "투명성 없인 지원도 없다"
- "미사일방어체제 강행" 新냉전 가능성
- 주한 병력배치 바뀌나
- 거세질 시장개방 요구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의 기본방향을 수용하되 ‘상호주의(reciprocity)’와 ‘검증(verification)’이란 두 단어를 철저히 적용할 것임을 예고한 것이었다.

정부 당국자는 “파월 지명자의 발언은 전체적으로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한국의 대북정책에 비판적이며 따라서 한미 양국이 대북정책 방향을 둘러싸고 충돌하거나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는 우려를 완화해 준 것으로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대북 상호주의〓제네바합의나 남북 및 북―미대화 등 파월 지명자의 대북정책 관련 발언은 대부분 북한의 긍정적 태도를 전제로 한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클린턴 정부도 ‘대북 상호주의’를 포기한 적이 한번도 없다”며 “파월 발언의 의미는 북한에 ‘상응한 변화’의 기회를 서너차례 주느냐(민주당), 아니면 단 한번의 기회만 줄 것이냐(공화당)의 차이”라고 말했다.

파월 지명자는 이어 최근 부시 대통령당선자가 북한 미사일관련 협상안을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힌 것을 상기하면서 “북한이 자위 수준을 넘는 재래식 군사력을 배치하고 미사일과 비재래식 무기 개발을 지속하는 한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측면에서 향후 재개될 북―미 미사일협상은 ‘주권침해’의 목소리를 높일 북한과 비확산과 억제를 강조하는 미국의 입장차이가 극명하게 대조되면서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독재자’의 의미〓파월 지명자는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북에 있는 독재자’라고 지칭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독재자라는 말에는 ‘믿을 수 없는 통치자’라는 의미도 담겨 있다”고 말했다. 파월 지명자가 현재 진행중인 남북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 당사자 중 한 명인 김위원장을 독재자로 부른 것은 “나는 아직 당신을 믿을 수 없으니 보다 확실한 근거를 보여달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부시 공화당 정부 시대의 북―미관계는 ‘미국이 북한에 요구하는 변화에 대한 검증 수준과 그에 대한 북한의 수용 여부’가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대북정책을 전면 수정하나〓파월 지명자는 대북정책의 변화와 관련해 “지금까지 있었던 업적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으며 전반적인 한반도정책을 검토할 때 이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에 대해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대외정책을 전반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라며 “파월 지명자의 발언을 대북정책을 처음부터 새로 만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이라고 말했다.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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