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급회담]北 '납북자송환 결의안' 접수 미뤄

  • 입력 2000년 12월 14일 18시 54분


4차 남북장관급회담에 참석한 양측 대표단은 14일에도 ‘힘겨루기’ 기조를 이어갔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북측이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전금진(全今振)북측단장은 오전 전체회의에서 태권도를 세계화한 공로를 놓고 ‘자존심 경쟁’을 계속.

전날 ‘태권도 전당’ 관람을 화제로 대화를 나누던 전단장은 “태권도는 원래 택견에서 유래한 것인데 최홍희선생이 태권도로 발전시킨 것”이라고 말했고, 박장관은 “국제무대에서는 김운용(金雲龍)국제올림픽위원이 노력을 많이 했다”고 응수. 전단장은 북측의 ‘교예예술’에 대해 “장군님의 탁월한 영도도 있고 관심도 높다”고 자랑.

○…남측은 이날 회의에서 국회의 ‘국군포로 및 납북자 송환촉구 결의문’을 전달키로 했으나 회담직전 북측이 돌연 “점심식사후 별도행사에서 결의를 받겠다”는 의사를 전달. 남측 관계자는 “북측이 전체회의에서 결의안을 받게 되면 이 문제로 논란을 벌여 회담이 지체될 것을 우려한 것 같다”고 해석.

○…이번 회담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재규장관의 느긋한 행보. 박장관은 회담이 없는 시간에 고려호텔 서점이나 면세점을 돌며 한가로이 쇼핑을 즐겼고, 참관중 승용차에 동승한 전금진단장이 말을 건네려 해도 “휴식이 필요하다”며 눈을 감는 등 ‘만만디’ 전략을 펴 전단장의 애를 태우고 있다는 전언.

○…북측 인사들은 “현대가 어렵다는데 정부가 지원해야 하는 것 아니냐” “미국 대통령이 바뀌면 정책이 바뀌는 것 아니냐”고 걱정. 반면 남측대표단은 “특정인사의 발언을 문제삼아 이산가족상봉을 지연시키면서 어떻게 지원을 바라느냐”고 훈수.

<이철희기자·평양〓공동취재단>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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